"루게릭의 고통이 온 몸 덮쳐도 내 손의 전도지 놓을 수 없어"

"루게릭의 고통이 온 몸 덮쳐도 내 손의 전도지 놓을 수 없어"

[ 아름다운세상 ] 온 세상 환하게 비춘 '구두닦이' 김정하목사의 아름다운 고백 … "내 삶은 하나님 사랑에 대한 응답"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2년 01월 10일(화) 15:23
연초부터 세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목회자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떨린다. 그리고 기쁘다.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연일 국내의 유수한 언론매체가 앞 다퉈 그의 소식을 전하고 있을까. 참으로 오랜만이다.
 
설교 잘하고,폭발적인 교회 성장을 이뤄낸 목사일까. 아니면 봉사와 섬김에 헌신하며 사회로부터 칭찬 받는 목사일까. 그 목회자는 무슨 이유 때문에 믿지 않는 세상 사람들에게까지 주목 받고,존경 받을까. 쉽지 않지만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본교단 목회자를 미리 소개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먹먹해진 가슴을 위로하며 당장에 발걸음을 옮겼다.
 
네비게이션에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161-2번지,샬롬교회'를 입력했다. 1시간 정도 운전대를 잡았을까. 건물 너머로 큰 교회 십자가가 보인다. 예배당 규모를 보니 분명히 세상에 알려질 만한 교회다. 하지만 그 교회는 기자가 찾는 샬롬교회(김정하목사 시무)가 아니다. '한기총' 전 회장 출신의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다.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한 참을 뛰어 다니던 순간,대로에 있는 허름한 상가건물 3층에 '샬롬교회'가 눈에 들어왔다. 충격이다. 무너질 듯 초라한 상가의 개척교회 목회자가 세상의 관심의 대상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런 고정관념 틀 안에 갇힌 스스로를 질책했다.
 
예배당 입구에 들어서자 '필요할 땐 누구든 와서 얼마든지 퍼 가세요'라는 글귀가 적힌 작은 항아리 '사랑의 쌀독'이 놓여있다. 항아리 때문일까. 고민하며 조심스럽게 예배당 문을 열었다. 김정하목사의 부인 최미희 씨가 가득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곁으로는 휠체어에 자신의 몸을 의지한 채 기자를 바라보는 김정하목사도 눈에 들어왔다. 기자가 찾던 김 목사는 지체 2급 장애인이다. 그리고 현대 의학으로는 발병의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희귀병인 루게릭병 환자다.

   
▲ 하루가 다르게 몸이 쇄약해짐을 느끼지만,하나님을 향한 사랑,그 사랑에 대한 응답을 멈출 수 없다고 고백하는 김정하목사. 그의 손발이되고,입이 되어주는 부인 최미희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2010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아 부인의 통역 없이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만큼 언어소통의 어려움이 있지만 김 목사가 세상에서 왜 아름다운 목회자로 주목받는지 부인 최미희씨의 입술을 통해 김 목사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늦깎이 신학생으로 서울장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2006년 샬롬교회를 개척한 김정하목사(53세)는 지역 주민들에게 '구두닦이 전도사(안수 전)'로 통했다. 그는 개척 후 루게릭병을 앓기 전까지 구투통을 들고 구두 닦는 유일한 목회자였다. 그가 성직자라는 신분에도 부끄럼 없이 구둣솔을 들었던 것은 한국컴패션이 추천한 저개발국가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식량도 구입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재정상황 때문에 구두 한 켤레에 2천원을 받아 그들의 후원금을 마련한 것.
 
이후 구두 닦아 사랑을 실천하는 김 목사의 아름다운 사연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후원과 기도가 이어졌고,배우 차인표의 초청으로 젊은이들에게 간증도 했다.
 
   
▲ 저소득층 지역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사랑의 쌀통'을 채우고 있는 부인  최미희 씨. 개척교회의 나눔사역이 널리 알려져 지금은 지역의 한 병원에서 후원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김 목사는 '사랑의 쌀독'을 채우는 목회자였다. 자신의 가정은 식량이 없어 배를 굶을지언정 교회 입구에 마련된 항아리에는 쌀을 항상 채워두고 저소득층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연이 전해지면서 지역 병원은 20kg짜리 쌀,1백20포대를 후원했다. 작고 초라한 예배당 입구는 쌀 나누는 입구로 변모했다.
 
김 목사는 "내 삶은 언제나 덤으로 사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보너스 인생이다.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도 수차례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저 순교할 각오로 살아갈 뿐이고,사역을 감당하고 있다"며 "비록 치명적인 병으로 그 꿈이 느릿느릿 움직이지만 내게 주신 그 귀한 꿈을 닦고 닦는다"며 사역의 의지를 다졌다.
 
한편 김 목사는 루게릭병을 앓아 병원에 입원 중에도 전 병동을 돌며 수만장의 전도지를 돌렸고,병을 앓고 있는 현재에도 전도와 나눔의 열정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김 목사는 "세상 사람들이나 한국교회가 보기에 정말 자랑할 것 없는 부족한 종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병을 주시고,이를 세상에 알리신 것 또한 특별한 계획이 있음을 확신한다"며 "나의 병이,나의 부족함이 하나님께 영광돌리고,주님을 위해 사용된다면 내 생명도 소중히 여기지 않겠다"고 전했다.
 
안타깝지만 통상적으로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은 5년을 산다. 하지만 김 목사는 두려움 없이 준비하고,새로운 비전도 계획하고 있다. 몸은 불편하지만 하나님이 계획하신 시간만큼 부끄럽지 않은 종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어렸을 때부터 물에 빠지고,전기에 감전되고,연탄가스에 중독되며 자연 재해 등으로 죽을 고비를 7번쯤 넘겼다. 지금 내게 남은 시간도 덤이니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쓰시는 게 당연하다"며 "예수께 받은 사명,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거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않겠다"고 재차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기자가 물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치유'라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냐고.
 
"무신론자인 스티븐킹 물리학자를 꼭 전도하겠다"고 대답한 김 목사는 "한국컴패션을 통해 후원받는 어린이가 늘어나도록 기도하고,강원도 삼척의 물려받은 땅에 해외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쉼터를 건축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얼마 후 김 목사는 며칠 전 발간한 간증집 '지금 행복합니다'와 세상에서 제일 큰 자신의 명함이라는 '전도지'를 건넨다. 명함 대신 전도지를 꺼낸 이유는 자신은 오직 복음을 전하는 심부름꾼이고,종이기에 이름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또 최근 발간한 책의 수익금 전액은 컴패션 어린이 후원과 어려운 개척교회의 후원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고백했다.
 
한편 관심과 사랑으로 기도해주시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 목사는 "2012년에는 세상 바라보지 말고,하나님의 소금과 빛의 자녀로 더 낮은 곳으로,더 겸손히 회개하고 섬김을 실천하는 목회자가 되겠다"며 "오늘 죽든지 살든지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목회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에 촛불처럼 자신을 녹여 세상의 빛이 되는 목회자,가난과 고난에도 일사각오의 신앙으로 복음을 전하는 김정하목사의 고귀한 삶은 어두운 세상 밝히는 빛이 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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