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합창단'의 슬럼가 아이들 ,합창으로 인생 '반올림'

'바나나합창단'의 슬럼가 아이들 ,합창으로 인생 '반올림'

[ 아름다운세상 ] 인도의 아이들과 희망의 노래 부르는 월드샤프 김재창 대표

김혜미 기자 khm@pckworld.com
2011년 10월 21일(금) 13:33
   
바나나 합창단 아이들과 김재창 대표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이제 없다. 법적으로 폐지된지 오래인 이 제도는 그러나,여전히 인도 사회 곳곳에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다. 카스트제도에 따른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 등 4개 계급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달리트'. 인도인들이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고 생각한다는 불가족천민(untouchable,不可觸賤民)이다.
 
인도 뭄바이에서 남동쪽으로 1백20km에 위치한 뿌네(Pone). 지난해부터 뿌네 빈민가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느날 찾아와 "너 노래할 줄 아니?"라고 말을 붙이며 합창을 가르쳐준 한국 사람에 의해서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지라니합창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던 김재창집사(월드샤프 대표),그는 지금 인도의 아이들과 함께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합창단의 이름은 '바나나'다. 열대지방인 케냐에 머물 때 연습실 앞에 심었던 바나나가 힌디어로는 '세우다, 변화시키다'를 의미하는 것을 알고 주저없이 정한 이름이었다. 그런 바나나합창단이 첫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와 단원들은 오는 11월 1일 과천예술회관, 14일 교보컨벤션 공연 및 교회 순회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25일 인도로 출국할 예정이다.
 
지난 14일 바나나합창단 이야기를 듣고자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월드샤프 사무실을 찾았다. 절전으로 어두컴컴한 입구를 지나 문을 여니 한 중년 여성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기존에 하던 일을 내려놓고 남편의 합창단 사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월드샤프 본부장이자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는 성혜숙집사(화곡동교회)다. 당초 13일로 예정됐던 합창단 일행의 입국은 출생신고 및 여권취득 등 필요한 행정절차가 지연되는 탓에 22일에서, 또다시 27일로 연기된 상태였다. 공연과 방송 스케쥴은 이미 잡혀 있는데…,합창단원들의 입국을 위해 기도하며 동분서주하고 있는 까닭일까.  얼굴에 기대감과 염려가 동시에 묻어났다.
 
"출생신고도 안돼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더라구요. 여권을 만드려면 3년 이상 한 곳에 살아야 하는데 노동에 따라 움직이는 빈민들은 주소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요. 게다가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서류를 접수해도 깜깜무소식이에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콘서트팀'으로 한국 방문이 예정된 28명 중 여권을 손에 쥔 아이들은 10명(19일 기준), 초조함을 지울 수는 없었다. 성 집사는 "케냐의 GNP는 1천7백달러 정도인데 인도는 1천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면에서는 케냐보다 인도가 더 열악하고 힘든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래서 모든 일이 내 능력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다. 하나님이 이끌어주셔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도를 부탁했다. "처음에는 병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남편이 방학 때 한두번씩 케냐에 가고 그러면 될줄 알았는데 점점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구요. 너무 힘들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셨으면 할 때도 있었어요. 저사람 현지에 다녀오면 5∼6kg씩 빠지거든요. 한 10년은 늙어보여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측은해보이고 조금씩 사명감이 생기더군요. '하나님의 강제성'이라고 봅니다."
 
여권에 대한 걱정은 뒤로한 채, 바나나합창단 이야기를 더 듣기로 했다. 지난해 8월 창단한 바나나어린이합창단은 올해 2월 뿌네 한인회의 초청으로 창단 후 첫 공연을 가진 데 이어 5월 24일 인도 뿌네시립극장인 발간드러워홀에서 창단 공연을 선보였다. '노래를 가르치는 것은 부단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신념으로 지친 마음을 누르며 끊임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 음을 맞춘지 9개월만의 일이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지어진 발간드러워홀은 외관상으론 그럴 듯 했지만 그 흔한 피아노 조차 없었다. 불가피하게 연습실 피아노를 공수해왔더니 극장 관계자들이 전자식 올겐으로 착각했는지 "어디에 전기를 꼽아야 하느냐"고 묻더란다. 그래도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인 인도에서 음악을 통해 반올림된 슬럼가 아이들의 변신은 사흘간에 걸쳐 현지 7개 신문에 소개될만큼 큰 화제가 됐다.
 
   
매일 오후 5시 1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바나나합창단의 연습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이 난다. 다신교 국가인 인도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기독교 노래를 가르친다고 마을 촌장이 반대하거나, 갑자기 독자적인 합창단을 운영하겠다는 학교로 인해 단원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아픔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50여 명의 합창단 아이들은 그 수가 들락날락,유동적이었다. 패배주의에 익숙한 때문인지 진취적인 도전이나 변화를 두려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뿌네 지역 토속어인 마라띠어로 된 찬양과 예수 사랑하심은,God is so good,I will follow him(영화 시스터액트 OST),도라지 등을 부를 때 아이들의 눈빛은 반짝 빛이 났다.
 
이태리 유학시절 '존타 국제 콩쿨','벨리니 국제콩쿨'에서 우승하며 이태리,튀지니,벨기에,크로아티아, 한국에서 오페라 가수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김재창집사는 2006년 8월 "반전에 뛰어들고 싶은 욕심"으로 케냐행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음악은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있어 최고의 도구다'라는 신념에는 깊이가 더해졌고,이제 그 반전의 감동 스토리는 인도 뿌네에서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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