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조각과 기도, 내겐 하나죠"

"십자가 조각과 기도, 내겐 하나죠"

[ 아름다운세상 ] 십자가 전시회 연 박형만집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8월 10일(수) 09:43
   
▲ 자신이 만든 십자가 앞에 포즈를 취한 박형만집사.
"저에게 성경필사와 십자가 조각은 묵상 혹은 기도와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입니다. 필사 및 작품 제작을 하다보면 말씀 속에 푹 빠질 수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공부도 많이 되고 은혜도 많이 받죠. 특히 성경필사를 한번 해보세요. 평소 스쳐가는 구절이 가슴에 팍팍 꽃힌다니까요."
 
지난달 27일 개인전시회를 하루 앞둔 광화문 정동갤러리에서 만난 박형만집사(60세)는 작업복 차림으로 작품 디스플레이에 여념이 없었다. 이것 저것 지시를 하고 있던 박 집사는 작업복 차림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라 인터뷰도 갤러리 한 구석 바닥에 주저앉아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집사에게서는 예술가의 향기가 풍겨나왔고, 자신의 작품 철학과 신앙에 대해 말할 때도 거침이 없었다.
 
그가 처음 나무에 성경필사를 시작한 것은 7년 전. 젊어서부터 진리를 찾아 헤매던 그가 3년 반 동안의 새벽기도 끝에 구원의 확신을 얻고 나서 그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시작된 일이었다. 그는 젊었을 때는 진리를 찾고 싶어서 온갖 철학서적과 종교 서적들을 탐독했다고 했다. 한때는 승려가 되고자 불경을 깊이 탐독하기까지 했다고. 이렇게 진리에 목마른 그였기에 구원의 확신을 얻은 기쁨은 더욱 컸을 것이다.
 
"구원의 확신을 얻고 나서 그 넘치는 기쁨을 작품으로 토해내고 싶었어요. 오랜 기간 건축설계사로 일해왔기 때문에 나무와 못은 저에게 가장 친숙한 소재였지요. 건축현장에서 굴러다니는 흔하디 흔한 것이 나무였는데 이것을 가져다가 성경필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십자가 작품도 만들게 됐지요."
 
7년전부터 시간만 나면 작품 활동에 몰입한 그는 십자가 형(形)의 나무를 수집하기 위해 찌는 듯한 삼복더위에도, 살을 에는 엄동설한(嚴冬雪寒)에도 산 속을 헤매고 다녔다. 이렇게 하나 둘씩 그의 작업실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쌓였다. 디자인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는 그의 수첩을 보면 그가 평상시 얼마나 십자가 작품에 빠져있나를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나무 전체 혹은 일부를 뒤덮고 있는 깨알같은 글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글자 하나하나는 예쁘지 않은데 모아놓으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것이 그의 글씨의 특징이다.
 
이렇게 많은 필사 작업 속에서도 그가 특별히 좋아하는 구절이 있었다. 로마서 8장이었다.
 
"사실 필사는 신약은 다 했고, 구약은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로마서만 쓰고 있어요. 로마서 전체는 10번 정도 필사를 했고, 특히 로마서 8장은 6백번 정도 쓴 것 같아요. 로마서 8장은 '성령장'이라 불리는데 성령충만하게 살고싶은 저의 바람이라고 할까요? 세상 살다보면 성령님이 외출을 자주 하니까 외출 안하시게 성령장을 많이 읽습니다. 기
   
▲ 자신의 작품을 들여다보는 박 집사.
자님은 마음 속에서 성령님이 외출 안하십니까?"
 
그의 말에 가슴이 뜨끔해졌다.
 
그는 필사의 장점으로 성경을 깊이 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로마서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계속 들여다보면 어려울 것도 없어요. 더욱 깊이 알고 싶어서 독학으로 신학공부를 많이 했죠. 바울을 공부하다보면 그의 예정론에 대한 생각도 변화가 생기는 것을 알게 되요. 데살로니가서에는 주님이 자신이 살아있을 때 온다고 생각했었는데, 고린도서에 이르면 주님이 먼 훗날 오실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렇게 그의 필사 및 십자가 작업은 그를 더욱 깊은 신앙으로 인도해갔다. 못으로 십자가를 표현하기 위해 망치로 못질을 하면서도 그는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 작업을 진행한다. "탕(망치 내려치는 소리)! 온갖 죄악에 빠져 살았습니다. 탕! 주님 뜻대로 살겠습니다." 작업실에서 울리는 그의 망치질은 자신의 가슴 속에 박힌 세속의 못을 거꾸로 빼내는 망치질인 셈이다.
 
그는 자신의 십자가 작품 중 2005년도에 제작한 '붉은 십자가'를 가장 좋아한다. 나무에 무두못을 박아 페인트 통에 이틀 담갔다가 뽑아 말린 작업을 거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예수님의 아픔이 느껴지기 때문이란다.
 
필사 작품으로는 2007년도에 제작한 시편 전편 필사를 꼽았다. 그는 "내 작품을 보고 필사의 묘미를 많이 알아서 말씀에 깊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며 "필사를 하다보면 고독감이 느껴지고, 인내를 통해 얻어지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모든 신앙인들이 이런 경지를 맛보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필사를 작품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묵상을 하려고 시작한 거라 이렇게 전시회를 열줄은 저도 생각을 못했죠. 앞으로도 저는 묵상하는 자세로 작업을 할 겁니다."
 
그의 작품은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작업을 통해 탄생하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무뎌진 신앙심에 은혜로운 충격을 주는 선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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