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으로 전도하는 '나는야 행복한 사진사~'

사진 한 장으로 전도하는 '나는야 행복한 사진사~'

[ 아름다운세상 ] '장수사진' 찍으며 봉사로 제2의 인생 사는 조무연장로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1년 07월 26일(화) 17:30
   
"'영정사진'이라구요? 아닙니다. 제 사진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시라고 기도하며 찍는 '장수사진'입니다."

2006년 9월부터 최근까지 6천3백여 명의 얼굴을 인화지에 담아낸 창동염광교회 조무연장로(69세)는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는 행복한 사진가다. 부여에서 처음 시작한 '장수사진 봉사'는 양평과 태안, 군산과 김제, 강화, 사천, 진안, 남원 등 이루 다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도시에서 진행됐다. 찍은 사진은 A4사이즈(8×10)로 인화해 액자에 끼운 뒤 택배로 보내주기까지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특급 서비스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조무연장로에게는 봉사가 곧 전도다. 장수사진 봉사를 시작하기 전엔 짧게라도 반드시 복음을 전하는 것은 물론이요, 일일이 보내주는 장수사진 뒤에도 어김없이 성경말씀을 적어 넣는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 전문가도 아니었던 조 장로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가 뭘까. "제가 1985년에 세례를 받았어요. 그때가 한창 사업을 일으킬 때였는데, 일을 한다는 핑계로 신앙생활에 소홀했었죠. 차츰 사업이 안정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무연아. 넌 세상에서 뭘 하다 왔느냐'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먹고 살기 위해 힘쓰다 왔습니다'라고 답한다면 내가 동물과 다를게 뭔가…. 이 생각을 하고 나서는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꼭 나눠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뭐 거창한 건 아니에요~(웃음)"

   
전북 김제시 진봉면을 찾아가 '장수사진' 봉사 중인 조무연장로의 모습.
이 같은 다짐을 한 조무연장로는 10년 전에 자신이 운영하던 스티커 인쇄회사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리고는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생의 마지막을 사시는 분들을 위로하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호스피스 봉사에 재미도 생기고 보람도 느낄 무렵 가족들이 호스피스가 아닌 다른 봉사를 권유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권유에 고민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TV에서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주는 사진사의 이야기를 보고 마음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내가 할 일이 저것이구나.' 생의 마지막을 도와준다는 면에서는 호스피스와 장수사진이 비슷한 면도 많고…"

결정을 내린 조 장로는 동네 사진관을 우선 찾아갔다. 그리고는 사진사에게 촬영 노하우와 조명 기법 등을 배웠다. 서점에 가서는 '인물사진 촬영법' 등을 담은 사진 이론서적도 4권이나 구입해 정독했다. 조 장로 뿐 아니라 가족들도 나섰다. 한의사인 아들은 아버지에게 촬영장비를 선물했고, 아내는 기꺼이 사진연습을 위한 모델로 나섰다. 장수사진의 시작은 이처럼 소박했다.

사실 그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노년'을 즐길수 있는 여건들을 두루 갖춘 은퇴자였지만 개인만의 호위호식은 일찌감치 내려 놨다. 그리고는 자신이 할수 있는 봉사를 찾았고 그것을 통해 복음을 전하기로 다짐했다. 그 작은 시작이 6천여 명에게 장수사진을 선물하는 소중한 결실을 맺게한 것이다.

새벽부터 직접 차를 운전해 '임시 사진관'으로 사용될 동사무소나 교회에 도착한 그에게 때론 식은땀이 쉴새없이 흘러 내리는 '도망가고 싶은 상황'도 벌어지지만 그보다는 이웃들이 감동을 받는 소박한 모습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장수사진을 찍으러 가면 무척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업고 오는 아들, 혹은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딸, 어떤 분은 농사일 하시다가 장화를 신고 오시기도 하고…. 사진 찍으러 오시는 분들을 위해 넥타이와 저고리, 자켓 등도 준비해 가거든요. 일터에서 땀 흘리다 오신 분들을 단장해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그 웃음이 늘 절 기쁘게 합니다."
곧 칠순을 바라보는 조무연장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이 돌아온다.

   
"내가 소원이 하나 있어요. 나 죽을 때까지 장수사진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건강도 허락해 주시고 또 경제적으로도 어럽지 않다면 5만명에게 장수사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노력해야지요." 6천여 명도 많은데 칠순의 조무연장로는 장수사진 모델(?) 5만명 확보를 꿈꾼다.

조무연장로의 '소원'을 들으면서 "나는 하나님의 도구이고, 날 도구로 써 주신 것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지요. 내가 드러날 일은 아닙니다"라며 인터뷰 요청에 한사코 손사레를 치며 사양하던 그의 모습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봉사로 제2의 삶을 사는 조무연장로의 노년, 그 뒷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jangci@pck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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