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7개 교회 연합 '경로대학' 운영

농촌 7개 교회 연합 '경로대학' 운영

[ 아름다운세상 ] 안동 녹전면 소재 7개 교회 연합사역, 지역 초고령화 진입 따라 노인사역 집중

신동하 기자 sdh@pckworld.com
2011년 07월 11일(월) 13:38
"바로 이런 게 사는 재미 아닙니까? 어깨춤이 덩실덩실 절로 나옵니다."

장맛비가 거세게 내리던 8일 오전 경북 안동시 녹전면 신평리 소재 '녹전 경로대학'. 궂은 날씨에도 노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어느새 경로대학으로 활용하는 신기교회 본당이 꽉 찼다.

무용 강사가 인사를 겸해 우스개 소리를 건네고 흥겨운 음악을 틀었다. 그러자 노인들이 너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며 기쁨을 나눴다.

이 경로대학은 경북 안동 녹전면에 위치한 방하교회(김용기목사), 매정교회(정한욱목사), 녹전교회(안호창목사), 사신교회(하재민목사), 안흥교회(김성은목사), 원천교회(김도환목사), 신기교회(임광희목사) 등 7개 교회가 연합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녹전면에는 교회가 모두 7곳이 있는데, 모두 본교단 경안노회 소속 교회들이다.

   
▲ 녹전 경로대학을 찾은 노인들이 무용 시간에 흥겨운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고 있다.
녹전면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녹전면은 현재 인구가 2천1백명으로 이 가운데 65세 노인이 7백30명(33%)이나 된다.

이 지역 초고령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젊은층이 사라지고 노인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한 교회들은 힘을 모아 노인 사역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2005년 3월 노인대학의 문이 열렸다.

방하교회 김용기목사는 "7개 교회 모두 조그만 농촌마을에 위치한 교회들이다.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그분들의 여가선용을 돕기 위해 경로대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7개 교회는 사실 재정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 그래도 각 교회마다 1년 예산의 1%를 온전히 경로대학을 위해 쓰고 있다.

노인만 늘고 있다는 현실에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그들만을 위한 최고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여러 교회가 모여 경로대학을 설립한 예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로대학은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교육 내용은 노인복지 증진과 노년기에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년 1백30명 정도가 노인대학에 나온다. 이 가운데 20% 정도가 교인이다. 교회에서는 나머지 80%를 잠재적 신앙인으로 보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유교 문화에 젖어있던 노인들은 처음에 교회의 노인대학 운영에 거부감도 있긴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친부모처럼 자신들을 돌보는 교회의 진심을 읽고 있다.

경로대학에 다니는 이갑순(77세) 할머니는 "늙어서 대학이라는 곳에 들어와 기쁘다. 농사하며 힘든 일이 많은데 경로대학에 와서 이웃들과 수다도 떨고 신나게 웃고 간다"며, 경로대학 운영에 고마워했다.

매주 금요일에는 선택식 반별 모임이 진행된다. 반은 한글, 산수, 컴퓨터, 영어, 풍물 등으로 나눠져 있다.

전체 모임은 매월 첫 주일 지난 금요일에 있다. 예배와 특강, 노래지도, 점심식사, 무용 시간 등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특강은 명사나 전문직 종사자를 초청하는 등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의사와 간호사 등을 초빙해 노년 건강관리법 강의와 구강 검사, 치매 예진, 성인병 체크 등을 진행했다.

   
▲ 경로대학을 공동 운영하는 7개 교회 목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천교회 김도환목사는 사역 관계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경로대학은 노인 인구 비율이 유독 높은 반면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이 전무한 녹전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교회로서는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 이미지를 재고시키면서 복음을 순수하게 전할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사신교회 하재민목사는 "경로대학이 소통의 장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힘든 농촌의 현실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친교를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로대학 교육이 끝나면 7개 교회 목사들은 노인들을 일일이 승합차로 모셔다 주는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경로대학 노인들을 친부모처럼 모시며, 결국에는 그들 모두가 주님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을 사역 목표로 삼고 있다.

경로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신기교회 임광희목사는 "교회의 사명이 사회적 소명과 교회적 소명에서 비롯된다고 볼 때, 21세기의 새로운 화두인 '복지'는 사회적 소명의 첩경이 될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문제에 대한 접근은 교회적 소명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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