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나눈 '당신' 있어 우린 완벽한 '하나'

생명 나눈 '당신' 있어 우린 완벽한 '하나'

[ 아름다운세상 ] 부부 신장기증인들의 아름답고 숭고한 이야기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1년 06월 10일(금) 16:45
   
▲ 지난 5월20일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부부 신장기증인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비록 우리 몸 안에 콩팥은 한쪽뿐이지만, 같은 마음으로 생명을 나눈 당신이 있기에 우리는 완벽한 하나입니다."
 
지난 5월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지하 식당에는 신장이 하나뿐인 이들이 모임을 가졌다. 바로 신장을 기증한 이들과 신장을 받은 이들이 모임을 가진 것.
 
이날 모인 이들은 신장기증인들 중에서도 자신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함께 신장을 기증한 특별한 이력(?)을 가진 이들이다. 이 자리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박진탁)가 부부신장기증인들 15쌍 커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출판기념회를 겸해 마련한 것. '사랑하며 사랑받으며'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 박진탁ㆍ홍상희 부부를 비롯해 국내 최초 부부신장기증인인 권재만ㆍ김교순 부부, 그리고 본보 편집국장 출신 고환규ㆍ이영자 부부 등의 사연 등이 포함되어 있다.
 
부부가 동시에 장기기증을 실천하는 예는 전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일인 만큼 이들 부부들의 삶에는 특별한 그 무엇인가가 담겨 있었다. 이들 중 눈에 띄는 몇 명의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최초로 생면부지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설립자 박진탁목사의 경우는 1991년 신장기증을 했고, 아내 홍상희 여사는 1997년 신장기증을 실천했다. 198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 목사는 젊은 교포가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그의 가족들이 장기를 기증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소명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도 신장을 기증하고 다시 국내로 들어와 우리나라 최초로 장기기증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국내 최초로 부부신장기증을 한 권재만ㆍ김교순 부부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권ㆍ김 부부는 신장기증 후에도 매일 2.5km를 산보하고, 최근에는 신장기증을 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지인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백두산 정상에도 올랐다. 이 부부는 "예수를 믿은 후 1992년 신장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며 "부부가 함께 신장기증을 한 후로 자녀들과 손주들이 우리를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 모른다"며 기쁨을 표현하기도 했다.
 
   
▲ 자신들의 이야기가 수록된 책 '사랑하며 사랑받으며'를 들고 있는 부부신장기증자들.

본보 전 편집국장 고환규목사(아내 이영자)의 경우도 역시 드라마틱하다. 월남 전에 파병된 병사와 그에게 위문편지를 쓴 간호사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들 부부는 1997년 10월 이영자 여사가 먼저 신장을 기증한 후 그 다음달 고환규목사도 동참을 하면서 부부 신장기증자가 됐다. 이 부부는 신장기증 후에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싶어 지난 2004년 금강산마라톤대회에 참가, 10km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두 부부는 현재도 사회복지운동과 사회정의, 인권 등을 위해 자신들의 삶을 헌신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같은 날 동시에 신장기증을 한 박진근ㆍ강기나 부부,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신장기증을 한 조성현ㆍ전형자 부부, 부부 신장 기증도 모자라 6명의 아이를 입양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김상훈ㆍ윤정희 부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지난 20일 출판기념회에는 신장을 기증받은 이들이 함께 참석해 자신에게 신장을 준 기증자들과 함께 반가운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호칭은 "아버지, 어머니"였고, 서로를 바라보며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기증인-이식인과의 만남에서 오차순씨는 10여 년 전 신장기증을 한 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이식인 김정연씨를 이번 행사에서 만나고 눈물을 터뜨렸다. 책 출간 소식을 듣고 꽃다발을 들고 찾아온 건강한 이식인의 모습을 보고 울음보를 참지 못한 것. 오 씨는 "기증을 한 후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몰랐는데 오늘 처음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다니 가슴이 벅찬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식인 김씨 역시 "생명을 선물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울먹거렸다.
 
특별히 이번 출판기념회에는 지난 1월 서양인으로는 국내에서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해 한국인 5명에게 새 생명을 선사한 고 린다 프릴 씨의 남편인 렉스 프릴 씨도 참여해 부부신장기증인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며 감동의 시간을 선사했다.
 
렉스 프릴 씨는 "내아내와 평소에 장기기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기 때문에 아내가 사고를 당했을 때 장기기증에 서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아내가 뇌사상태에 빠졌을 때 장기기증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예수님에 대한 사랑이었다"며 장기기증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모임에서 신장기증자와 수혜자들의 모임인 새생명 나눔회의 회장 강태선목사는 "솔직히 출판기념회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의 행동이 자랑거리로만 비쳐 것 같아 사실 당혹감을 느꼈었다"며 "우리는 단지 신장기증을 한 1천여 명의 기증자 중 한 사람일 뿐이지만 우리를 특별히 책 내용에 실어주셔서 자긍심을 갖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이 감격에 걸맞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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