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자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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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이필요해 ] 외국인 근로자 돌봄

이대흠 목사
2024년 03월 27일(수) 10:28
외국인 근로자들과 목회자들이 광주 안디옥교회 앞에서 찍은 사진. 가장 우측이 이대흠 목사.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 교회 관심 필요
외국인 근로자 통해 해외 각 지역으로 복음 전해야
국내 다문화사역자·해외 선교사 협력 방안 필요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기계화된 구조가 많다고 느낀다. 대구 군위군에서 2017년 5월 2명의 20대 네팔 근로자가 돼지 정화조를 청소하다 유독가스로 질식사했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은 일의 숙련도가 떨어져 한국인들이 당하지 않는 사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의 비교적 한적한 곳에서 비(非)기계적 삶을 살다가 왔기 때문에 기계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사망 사고가 잦게 일어나면 우리도 평안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근로기준법과 근로복지기본법이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지만, 법의 사각 지역에 있는 노동자는 교회가 보호해야 한다.

지난 3월 16일 경북 김천을 심방해 베트남 근로자 탄(베트남 빈 출신, 2024.5 귀국 예정)을 만나 귀국 일정을 듣고 기도하는 자리.
외국인 근로자는 감시카메라(CCTV) 사각 지역에서 한국인 간부에게 폭행당하기도 한다. 또 그들은 동의도 없이 퇴직금이 청구되고 이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인감을 몰래 제작해 위임장에 도장을 찍었다는 영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외국인 근로자의 한숨은 늘어간다. 법만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으로 이들을 힐링, 치유하고 상담해야 할까?

지난해 추석, 갈 곳 없는 노동자가 우리 교회에서 닷새 정도 머물었다. 외국인 근로자는 이직할 때 3개월 안에 취직해야 한다. 그녀는 한 달 간 네팔에 부모님을 뵈러 다녀오고, 한 달은 한국에서 회사 적응을 준비하며 사용했다. 그런데 그녀의 사장이 외국인 근로자 채용에 관한 절차에 미숙해 비자 만기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고 시간이 없다며 연락을 했다. 추석 전날 그녀의 비자는 만기를 하루 남기고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 축구단.
불법이 되기 직전 고용노동부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 50분을 통화한 끝에 추석 다음날 하루의 시간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주려고 돌아다녀 봤지만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한쪽에서 여성 외국인 근로자는 울고 있고 속수무책이었다. 남은 시간에 농장주를 구하고 노동부에 등록까지 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지역 노동부 외국인 센터장이 한 외국인 농장 고용주를 연결해 채용이 이뤄지도록 도와 주었다. 그리고 노동부의 직원들은 필자와 근로자를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외국인 근로자를 돕다 보면 고발 고소 당하는 등 어려움이 있을 때가 많다. 그렇지만 우리는 진리의 항해를 위해 어두운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님은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광야에 나갔더냐?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냐! 그러면 너희가 무엇을 보려고 나갔더냐? 부드러운 옷 입은 사람이냐?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왕궁에 있느니라(마 11:7~8)"라고 말씀하셨다.

수련회로 모인 외국인 근로자 성도들.
얼마 전 아름다운 유종의 미(有終之美)가 있었다. 한 외국인 근로자는 억울하게 불법체류 상태가 됐다. 어느날 병원에 가보니 고용주의 실수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나를 찾아왔다. 노동부는 고용주의 잘못으로 불법이 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고용주가 450만 원의 임금을 지급하면 합법으로 전환해준다고 했다. 그러나 그 고용주는 법인 대표로서 구속된 상태였고 지급할 돈이 없었다. 이야기를 듣던 부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돕는 목사의 삶이 감동이라며 450만 원을 대출받아 지급해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부사장 역시 빚에 앉아 있었다. 마치 과부의 두 렙돈 이야기 같았다. 결국 이 근로자는 우리 집에서 3개월을 지내다 합법으로 전환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난민을 도운 사례는 많다. '난민, 이주민, 탈북민에 대한 선교 책무'(두란노) 책의 제18장엔 필자가 쓴 '한국에 있는 난민 선교의 책무'가 실렸다. 이를 통해 미국의 1967년부터의 이주민 정책인 '용광로 정책'이 한국에 시급하다는 것을 천명했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과 직장 관계 - 윌리엄 글라써의 현실치료와 에릭 번의 교류분석 중심'(한국산업카운슬러 1급 논문)에서 아픈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실 직시와 두 번째 사고 예방, 성격 변화(Trans-Actional)를 통한 직장 상사와의 갈등 극복 사례를 스리랑카와 우즈벡 근로자 대상으로 임상 상담한 힐링 사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복음은 한국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세계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에 와 있다. 이들을 훈련시키면 해외에 있는 그들의 가정과 지역이 복음을 전할 하나님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그날이 올 때까지 교회는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를 돌보고 살피며, 법의 사각지대에서 피해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선교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선교에 대해 선택이라기보다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말 한 마리는 2톤을 끌지만 그 말 두 마리가 협력하면 12배인 24톤을 끌 수 있다고 한다. 국내선교(체류선교)와 해외선교(거점선교·순회선교)도 따로 가면 '1+1=2'에 불과하지만, 함께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국내선교에 힘쓰는 다문화 사역자와 해외선교사들이 협력하는 좋은 방안이 총회에서 세워지길 바란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9~20). 샬롬.

이대흠 목사 / 브니엘교회, 진주외국인력지원센터·기쁨산업카운셀링센터 겸임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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