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계 최초 낙태 자유 허용...교회는 '살인법'으로 반대

프랑스 세계 최초 낙태 자유 허용...교회는 '살인법'으로 반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3월 11일(월) 09:14
프랑스 정부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세계 최초로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개정 헌법에 국새를 날인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는 의회는 헌법 34조에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헌법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했다.

뉴욕타임즈는 최종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베르사유 궁전 안은 끊임없는 박수로 가득 찼고, 대형 화면으로 투표를 보기 위해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도 수정안이 통과되자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통해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헌법상 낙태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로 여성 인권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교황청과 주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주교회(CEF)는 "낙태는 처음부터 생명에 대한 공격으로 남아있다"며 "여성 권리의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정부가 여성과 아동의 권리 증진에 초점을 맞추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주교회의 입장을 지지하며 "보편적 인권의 시대에 인간 생명을 앗아갈 '권리'란 있을 수 없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해 "가톨릭 교회에 있어 생명 수호는 이념이 아니라 현실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모든 그리스도인이 동참하는 인간의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찬 데일리에 따르면 프랑스 복음주의 개신교 인간 존엄 위원회(CPDH) 프랑크 메이어(Franck Meyer) 회장은 "낙태가 (표현이나 예배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프랑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 자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심각한 결정이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낙태 반대론자들도 "살인의 권리는 헌법상의 권리가 될 수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국교회언론회가 "여성의 건강권이나 혹은 성폭력과 같은 불가피한 상황에서 임신하는 경우는 매우 불행한 것이며, 또 그런 예들은 각 나라에서도 합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전면적인 낙태를 헌법에 보장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면서 "하나님께서 만드신 인간의 생명을 이처럼 인간들이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결정을 하고 득의양양(得意揚揚)하는 모습을 볼 때,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엄마가 자기 몸속에 들어온 생명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면, 이는 하나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언론회는 또 "극단적인 성폭행이나 산모의 건강이나 어떤 유전적 질병에 의한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엄마에 의하여 어린 생명이 살해당하는 끔찍한 법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지금 한 유럽국가에서 낙태권을 헌법에 보장하는 '살인 면허'처럼 법을 만들어 놓고 무슨 위업을 달성한 것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는 무서운 광경을 보고 있다. 이래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가 폐지됐지만 현재까지 낙태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낙태권을 놓고 여전히 여성계와 종교계 등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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