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직장인' ..레트로 감성으로 응원

도심의 '직장인' ..레트로 감성으로 응원

군고구마로 '정'나누는 연동교회, 직장인예배 활성화시키면서 전도하는 영락교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3월 08일(금) 13:05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은 좋은 일만 있을 거에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어쩐지 몸도 마음도 무거운 월요일 출근길 아침,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을 잊게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종로 5가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시무) 앞. 달콤하고 고소한 군고구마 냄새에 바쁘게 오가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연동교회는 지난 4일 이른 아침부터 김주용 목사와 교역자, 교인들이 모여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군고구마와 갓내린 따뜻한 커피를 건냈다.

양 손에 군고구마와 커피를 받아 든 한 직장인은 "깜짝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면서 "활기차고 신나게 아침인사까지 해 주시니 격려가 된다"고 감사를 전했다.

교회는 이날 교회가 자체 제작한 군고구마 드럼통으로 8박스의 고구마를 구워서 2시간 동안 800여 명의 직장인들의 아침식사로 군고구마와 붕어빵을 나눴다. 바리스타선교팀이 직접 내린 커피는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아침부터 북적였던 종로 5가의 거리는 아침에 나눈 마음이 오랜 '잔향'으로 남아 내내 훈훈했다는 후문이다.

김주용 목사는 "출근길 교회에 들러 간식을 받은 분들이 점심 시간에 거리에서 교역자와 성도들이 만나면 먼저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했다"면서 "서로의 공통된 이야기가 매개가 돼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게 된 것 같아 향후에도 일정을 잡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군고구마'행사는 교회가 '특새'중 간식으로 나누던 군고구마를 직장인들과도 나누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김 목사는 "고구마를 함께 먹으면서 재미와 추억을 나누는데 너무 따뜻했다"면서 "이전에는 가게에 들려 찐빵도 사고 군고구마 껍질로 호호 불면서 까먹었는데 요즘은 다들 차를 타고 다니시고 아파트에 살다보니 옛 감성이 사라진 것 같아 이 마음을 직장인들과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교회는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직장인들과 소통하며 자주 간식을 나눴다. 그러나 코로나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 1월 간식 나눔을 재개했고 직장인들의 뜨거운 반응에 교회가 화답했다.

교회는 이날 직장인들에 이어 지역의 초등학생들도 찾아나섰다. 지역에 위치한 효제초등학교 앞에서 '입학식'과 '새학기'를 축하하며 군고구마 대신 학용품을 전했다.

코로나 이후 전도가 힘든데, 학교 앞 어린 학생들에게 상업적인 홍보 전단지만 전달되는 것 같아 교회가 오랜만에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학교와 학부모들이 불편해 할까봐 미리 양해를 구하고 학교 앞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행했지만 반응은 오히려 뜨거웠다.

김 목사는 "AI시대에 사람이 만나 손에서 손으로 '정'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오랫만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만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소중했고, 그래서 이러한 만남과 교제를 다양하게 이어갈 생각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도심의 대형교회가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던 '직장인선교'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영락교회 새문안교회 남대문교회 서소문교회 등이 직장인을 위한 예배를 부활시키고 직장인 섬김에 나섰다.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시무)는 코로나19 이후 찬양대 중심으로 온라인 모임을 이어오다가 지난 2021년 11월 도심교회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직장인예배를 재개했다.

올해 55주년을 맞은 영락교회 직장인예배는 매주 금요일 150여 명의 직장인들이 모인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500여 명 가까이 모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2월 갑자기 중단됐다.

40여 년 넘게 직장인예배 찬양대 지휘자로 섬기는 이의용 장로는 "코로나19로 예고도 없이 예배가 중단됐지만, 교인명부가 없어서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코로나가 다시 잠잠해지면서 교회에 먼저 제안해 예배를 시작했고 연락이 닿는 찬양대원 10여 명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예배는 1월 90명, 2월 100명, 3월 120명, 4월 130명, 6월 150명까지 조금씩 늘었다.

직장인 예배에 참석하는 현창홍 씨는 "목사님의 밝은 표정과 설교 말씀은 늘 언제나 마음에 깊게 새겨지고, 봉사자들의 친절한 점심 대접은 큰 위로가 된다"면서 "날마다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찬양대원으로 섬기는 최수연 씨는 "직장인 예배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면서 "직장인 예배를 회복시켜 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하고 예배를 위해 기도와 사랑으로 섬기고 헌신해주시는 목사님과 영락교회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의용 장로는 "교회에서 직장인들을 돌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직장에서 그들이 크리스찬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 소명으로 맡겨진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도심의 직장인 예배가 할 수 있다.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예배를 살리기 위해 직장인 선교팀 황재영 목사와 팀원들은 신우회가 조직되어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은 곳, 신우회가 세워지기를 기도하는 곳, 다시 회복되기를 기도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직접 직장인 신우회를 찾아나섰다. 교회 주변 직장인들에게는 전도용 물티슈를 전하며 인사를 나눈다. 황 목사와 팀원들은 심방을 요청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직접 회사로 찾아가거나 기도를 요청하는 직장인들은 매일 아침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 기도를 나누며 직장인들을 격려하는데 힘을 쏟는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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