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선교와 부대 출입증

군선교와 부대 출입증

[ 라떼는말이야! ]

서정열 장로
2024년 03월 13일(수) 08:12
육군 장군 시절, 서정열 장로가 부대를 방문해 병사들을 격려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전 3:1~2)"

현역 군인들은 국방부 공무원증을 갖고 있다. 이것이 곧 부대 출입증이다. 이것만 있으면 부대의 자유로운 출입이 보장된다.

내가 현역으로 있을 때는 이것의 소중함을 잘 몰랐다. 전역하고 나니 이 출입증이 군선교에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출입증으로 소속 부대는 물론 어떤 부대라도 출입할 수 있었고 사람들과 교제할 수 있었다.

필자는 2019년 11월 30일, 37년간의 군생활을 마치고 부대 출입증인 공무원증을 반납했다. 민간인 신분이 되어 홀가분하게 휴가를 보낸 후 살고 있던 성우아파트에 가려고 위병소에 도착했다. 성우아파트는 부대 위병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전역은 했어도 '숙소에는 들여보내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나는 누구다'라고 이름을 밝혔지만, 근무자들은 위병소 안으로 못 들어가게 막았다. 규정 위반으로 출입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출입 절차를 다 거친 후 겨우(?)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자유롭게 들어가던 부대, 선교 현장에 이제는 쉽게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가 이 땅에서의 사명을 마치고 천국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천국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예수님의 이름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이름 곧 예수님을 믿는 믿음이 나의 출입증이 되는 것이다. 군에 소속되어 있을 때 그리고 출입증을 소유하고 있을 때 장병들을 만나고 군인교회를 섬기고 군선교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대대급 군인교회를 담당하고 계시는 군선교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도 바로 부대 출입과 관련된 것이다. 출입증이 없다면 과거 아무리 높은 계급을 가졌다 해도 절대로 자유로운 부대 출입을 보장하지 않는 곳이다.

현역 간부들과 군무원들에게 충심으로 권면 드린다. 군대에 소속된 지금이 바로 군선교를 가장 열심히 할 때이다. 주님이 주신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지난 우유나 요구르트를 먹지 않고 버리듯이 군복을 벗고 나면 현장에 들어가 전도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현역들이 군에서 전도하고 장병들을 많이 만나도록 밖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기도해야 한다.

필자는 요즘도 군부대에 들어가 절절포 특강과 간증을 하고 있다. 그때마다 출입 절차를 밟아서 들어가고 있으며, 부대 안에서는 현역의 안내를 받아서 이동하고 있다. 그 순간 간부들의 목에 걸려 있는 공무원증이 위대하게 보인다. 우리는 신분을 보장받고 있을 때, 천국 백성으로서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주님이 주신 소명을 완수해야 한다.

군선교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평일 외출이 가능하고 휴가도 많아졌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입대 장병들을 먼저 만나 사전에 교제하고, 군에 있을 때 군 생활과 신앙생활을 잘하도록 기도와 후원을 한 다음, 첫 휴가를 나오면 그 군복을 입고 하나님 앞에서 자랑스럽게 예배드리게 한다.

그리하여 복귀 후 소속 부대에서 최선을 다해 복무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마음과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찾아가는 선교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이 찾아오는 선교도 해야 한다. 그들은 감동을 받으면 오게 되어 있으며, 감동이 있는 콘텐츠는 찾아보게 되어있다. 그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먼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감동을 주도록 먼저 낮은 자세로 섬겨야 한다. 교회가 청년을 귀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 군선교 현장은 다시 부흥할 수 있다. 필자는 분명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들의 영혼을 포기하지 말고 우리가 묵묵히 섬김과 사랑을 베푼다면 우리의 사역에 주님이 함께 동역, 동행하여 주신다. 하나님은 성실과 진심으로 군선교를 감당하는 자에게 아름다운 지위와 믿음의 담력을 주신다. 내게 출입증이 있음에 감사하며 유효기간 안에 있을 때 절절포 정신으로 무장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군선교에 동참하자!

서정열 장로 / 육군 장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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