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헌법 9조 세계종교인회의',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2월 29일(목)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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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미국의 개신교 대표를 비롯해 가톨릭, 불교, 원불교 대표 등 약 90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8회 일본 평화헌법 9조 세계종교인회의'에서는 군사기지화 되어 가고 있는 오키나와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힘에 의존하는 사상과 체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번 회의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는 유명한 관광 휴양지임에도 불구하고 태평양 전쟁 이후 미군이 공군기지 등의 군사 시설을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다. 아베 정권 이후에는 오키나와 본섬 이외에도 다른 섬들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작업이 가속화 됐다. 미국은 일본 열도-오키나와-타이완에 이르는 섬들로 벨트를 형성해 중국 세력을 저지하는 방어선을 구축하려 하고 있고, 일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조강연을 한 오카모토 아츠시(이와나미 쇼텐 출판사 전 사장)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상임이사국의 침략행위와 분열로 기능 부전에 빠졌고, 일본에서는 그동안 헌법의 존재로 인해 억제가 되고 있었던 군사 정책의 제약을 떨쳐버리고 미국이나 나토 가입 국가들과 궤도를 같이하는 군비증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인류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쟁과 폭력으로의 회귀는 더 이상 인류의 파멸을 의미한다. 원폭의 비참함과 오키나와 전쟁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 죽어간 무수한 생명들이 만들어낸 것이 바로 헌법 9조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쟁도 군대도 없는 세상을 위해서' 제하의 발표를 한 송강호 박사(평화운동가)는 "과거 대일본제국에 대한 향수를 갖고 전쟁 국가를 만들고 싶어하는 광적인 우익들도 소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헌법개정에 찬성하는 대부분의 동조자들은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와 같은 이웃국가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며 "이웃국가들이 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고 군비를 늘려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신무기들을 국경의 주변부에 배치한다면 내가 일본인이라 할 지라도 평화헌법을 지키는 것이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헌법 9조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일본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이웃국가들에게도 평화헌법 9조에 상응하는 평화로운 헌법을 만들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회의 후 참가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종교인들은 전쟁이 가져온 비극과 그 부정적 유산의 고통의 경험에 뿌리를 두고, 생명과 인권의 존중을 핵심으로 해 '전쟁 포기', '무력 불보유', '대화와 외교에 의한 분쟁 해결'에 대한 결의를 분명히 표명한 일본 헌법 9조가 세계 각국의 평화를 향한 유일한 길임을 굳게 믿는다"며 "우리는 일본 헌법 9조의 가치가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 받고, 비폭력에 의한 평화 실현의 이상이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천명했다.
'일본 평화헌법 9조 세계종교인회의'는 일본 헌법 9조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개신교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종교인들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는 회의다. 지난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도 이 회의 중요성을 알린 바 있으며, 그 결과 2014년 WCC에서 평화헌법 9조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표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