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공간, 개인 공간 아닌 복음과 연대의 공간으로

디지털 공간, 개인 공간 아닌 복음과 연대의 공간으로

[ 인공지능시대를위한미래담론 ] (2)디지털 종교와 온라인 교회는 가능할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2월 28일(수) 11:01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교회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예배 형식과 모임 방식에 관한 것이다. 비대면 상황에서 대다수의 교회는 온라인으로 예배를 전환했으며, 줌으로 소그룹(구역, 셀) 모임과 신앙 교육을 병행했다. 코로나 발생 후 초창기에는 온라인 예배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현장의 급박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교회들은 온라인으로 달겨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엔데믹으로 바뀐 지금 우리는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고 있을까?

2023년 가을, 목회데이터 연구소에서 발표한 '개신교인의 미디어 이용 실태 및 인식'조사를 보면 교회 출석자 89%가 주 1회 이상 기독교 영상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었고, 가나안 성도들은 TV 방송으로 예배를 드리는 비율이 69%로 높게 조사됐다. 같은 해 1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앙 성장에 도움을 받는 부분에서 '예배/목회자의 설교'는 28%, '미디어'는 19%로 나타났다. 2012년 조사에서는 '예배/목회자의 설교'가 64%, '미디어'는 1%였던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앙생활의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교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2004년에 영국에서 탄생한 온라인 교회, '처치 오브 풀즈(Church of Fools)'는 세컨드 라이프라는 아바타 세계에 등장했다. '처치 오브 풀즈'는 실험적인 예배방식에 도전했으며 현장예배처럼 고딕풍의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아바타들이 예배를 드리는 다소 코믹한 형태로 진행됐다. 예배가 시작되고 첫 두 주는 8000명이 찾아왔으며, 이후 많을 때는 4만 명까지 출석을 했다. 하지만 이 교회는 온라인 교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리더십의 부재와 공동체성 형성의 실패라는 숙제를 남겼다. 이를 보완하고자 나타난 교회가 2006년에 등장한 '세인트 픽셀스(St. Pixels)'이다. '세인트 픽셀스'은 리더십을 구성하면서 조직과 체제를 정비했고 보다 폭 넓은 소통 채널을 확보하면서 대화창과 블로그로 방문자의 참여와 활동을 지원했다. 개인 블로그와 기도방을 개설하면서 성도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11명의 관리자를 임명하여 사이트를 관리하는 동시에 방문자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도록 했다. 단순한 방문자와 등록성도들을 구분하여 공동체를 운영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2004년에 등장한 'I-Church'이다. 영국 성공회의 옥스퍼드 교구에서 웹 목회자를 임명하면서 제도권 안에 교회를 구성하면서 '선교형 교회(Mission-shaped Church)'를 지향했다. 교회의 본래적 목적이 선교에 있음을 선포하고,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는데 이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I-Church는 크게 세 종류의 대중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지역교회에 참석이 어려운 이들, 자신의 예배 공동체를 찾지 못한 이들, 여행이나 직장 문제로 교회 출석이 어려운 이들이다. 단순 방문자와 교회 멤버십을 구분하면서 구성원들과 성례를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웹 목회자로 임명된 앨리슨 레슬리(Alyson Leslie)는 수도원적인 영성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베네딕트 수도사들처럼 장소를 옮겨 다니며 하나님과 이웃과 만나던 것을 모방하고자 했다. '기도'와 '연구', '사회적 책무'라는 모토를 가지고 약 7000명의 멤버십을 유지해오고 있다. 공동체는 더 작은 그룹들로 분리하면서 공동체들의 공동체란 콘셉트를 유지한다. 그룹들마다 담당 목회자를 세웠는데 모두 권위 있는 성직자들에 의해 임명됐다.

온라인 교회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2000년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으며, 크리스토퍼 헬랜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교회(Online Church)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교회 온라인(Church Online)으로 구분했다. 종교의 디지털화를 연구해 온 하이디 캠벨(Heidi Campbell)은 '선교현장'으로서 인터넷 공간을 이해하면서 복음 전파를 위해서 온라인 교회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1970~1980년대 미국의 '텔레 반젤리즘(tele-vangelism)'이 있었다면, 캠벨의 표현처럼 'e-vangelism(e-반젤리즘, 에반젤리즘(복음을 온라인적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오늘날 가장 종교적인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온라인 공간이다. 지난 가을 오륜교회에서 진행하는 다니엘 기도회는 많은 성도들에게 영적인 큰 유익을 끼쳤고, 유명 목회자의 설교와 다양한 위십팀의 찬양은 여전히 높은 조회수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세속의 영역인 듯 보이지만 동시에 탈세속의 공간이기도 하다.

#종교의 디지털화에서 고려해야 할 점

'나는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네크워크 사회의 존재론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비대면 사회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며, 연결은 하나의 행위가 아니라 이 시대적 가치가 됐다.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사용자들이 디지털 매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단순히 온라인 공간을 무비판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가 어떻게 영적이고 신학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캠벨은 종교의 기술 활용에 있어서 4가지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역사와 전통', '핵심 신념과 형식', '협상 과정', '공동체적 적용'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새롭게 진입할 때 각자의 공동체들은 자신의 전통과 경험을 중심으로 기술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것이 공동체의 신념과 가치들을 강화시킬 수 있는지, 새로운 형식으로 공동체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종교가 디지털화되어 갈 때 교회의 핵심 가치와 신앙의 실천이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를 통하여 복음을 어떻게 전파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대다수의 현대인들이 종교를 온라인과 미디어를 통해서 경험하기에 온라인은 하나의 영적인 공간, 종교적인 공간이며 동시에 선교적인 공간이다. 교회의 디지털 미디어의 활용은 현장예배를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영적인 갈급함을 찾고,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영국 더럼대학의 피터 필립스는 온라인 성경 앱(app)에서 자주 인용되는 성경구절을 비교분석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종교는 더욱 개인적이고 영적인 더 나아가 기복적인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종교의 디지털화는 전통적인 종교 공동체의 가치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복음의 다양한 전파와 신앙의 실천을 돕는 차원이다.

유의할 점은 온라인 공간에서 신앙을 개인적인 영역으로 가둬두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사랑, 평화, 정의, 연대와 같은 가치 있는 신앙의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교회와의 연결되어야 할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인격적인 만남과 관계맺기를 통해 오프라인의 장점과 병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온라인 공간의 거룩성과 공동체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있어야 한다. 세속적 가치에 휩쓸려가기 보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믿음의 선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하나님의 통제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님께로 인도하며 연결할 수 있는 복음의 통로이기도 하다. 신앙의 선조들이 손으로 편지를 써서 복음을 전했듯이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한 선한 도구가 되길 기대해 본다.



김승환 박사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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