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만 강요...부교역자 기피로 이어져

헌신만 강요...부교역자 기피로 이어져

[ 1월특집 ] 교회, 부교역자가 부족하다 ①부교역자 부족현상 원인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4년 01월 03일(수) 08:53
최근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 대형교회가 교육전도사를 구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알려져 교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 교회마다 부교역자를 구하는 청빙 공고를 해도 지원하는 숫자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은 교회의 경우에는 원서가 한 통도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방 교회의 경우 몇 년째 부교역자를 구하지 못해 담임목사 홀로 목회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과 대도시에서도 부교역자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 담당 부서의 교역자들 이른바 교육전도사나 파트 전도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들 한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위축된 교회학교가 부교역자 구인난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부딪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부교역자 사역기피 현상 심각



한국교회의 주요한 현상을 분석해 매년 출판되고 있는 '한국교회 트렌드'. 이번 2024년도 판에서는 부교역자들의 사역기피현상, 이른바 '어시스턴트 포비아(Assistant Phobia)'를 주요 현상 중 하나로 꼽았다. 부교역자들의 사역기피현상은 목회자, 부목사, 전도사, 교육전도사가 교회와 같은 전통적 사역현장을 선호하지 않거나 전임사역을 하지 않고 파트사역을 하면서 다른 일과 병행하는 현상, 아니면 아예 사역을 그만두는 일을 뜻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 설문 조사에 따르면 담임목사들이 부교역자를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측한 비율이 85.9%에 이른다.

부교역자들에게도 부교역자 사역기피 현상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가 91%, '동의하지 않는다'가 7.7%일 정도로 담임목사들뿐 아니라 부교역자 당사자들도 이 현상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백광훈 목사(문화선교연구원 원장)는 부교역자들이 교회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백 목사는 "부교역자들, 특히 전도사 그룹이 한국교회를 어떻게 보느냐를 묻는 질문에 59.5%가 한국교회에 미래가 없다고 답할 정도로 불안과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교인수가 하락하고 동시에 목회자 수는 증가하고 있어 목회지의 축소 및 담임목사의 청빙 연령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목회직에 대한 자긍심도 부교역자들 사이에 약화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전도사들은 66.5%만 '목사 안수를 받겠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33.5%는 '목사 안수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목사 안수를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이 "목회가 아닌 다른 기독교 선교사역을 하고 싶다", 그 다음으로 "목회자로서의 소명에 대한 확신이 없다", "목회자로서 힘든 삶을 살 자신이 없다"는 응답을 했다. 이러한 통계를 봐도 부교역자들이 목회자에 대한 자긍심과 동기부여가 약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교역자들의 경제적 상황 살펴야



이러한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부교역자들이 처해있는 경제적 상황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부교역자 조사 자료를 보면, 담임 목사 월평균 사례비는 395만 원인데 비해 전임 부목사는 204만 원, 전임 전도사는 148만 원이었다.(여기서 조사된 담임 목사의 사례비는 부교역자를 둘 수 있는 안정된 규모의 교회 사례비이기 때문에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음)

당시 부교역자 사례비 수준은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사례비의 각각 78%, 70% 정도 수준이었으며, 현재 사례비에 대해서 단 9.9%만 충분하다고 응답했고, 절반이 넘는 55.7%는 불충분하다고 응답했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전임 부목사의 월평균 사례비는 260여 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7년 동안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 또한, 전임 전도사의 사례비는 115만 원 정도로 나타났는데 전임전도사의 경우는 빈곤층에 해당하는 수입이다.

부교역자들에게 사역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유와 급여에 비해 너무 많은 일과 사역을 해야 하는 점을 꼽았다.

부교역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중직에 대한 관심도 높다. 부교역자 중 34.5%만이 이중직을 준비하지 않는다고 답했을 정도로 부교역자들은 생존을 위해 이중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중직과 사역기피 현상을 연결시키는 것이 바른 분석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지금은 과거 전통교회에서 사역하던 교역자들의 마인드와는 차이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과거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의 시기에 목회자들은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을 들고 찾아간다는 정신으로 가난을 각오하고, 심지어는 가정까지 포기할 정도로 큰 헌신을 했지만 지금 목회자들은 이와는 다르게 합리적인 사역조건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 부교역자 근무시간은 하루 평균 9시간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각종 예배, 새벽기도회, 금요기도회, 수요기도회 등을 노동시간으로 치면 근무시간은 더 늘어나며 근로시간 당 보수는 더 열악해진다. 사회에서는 다양한 노동 관련 규제들로 인해 근로조건이 변하고 있는데 교회는 노동의 조건으로만 볼 때 매력적인 곳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역자가 일반 사회에서의 노동자는 아니지만 이 일을 통해 자신 및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 급여에 대한 처우개선을 하는 것은 물론 사역 기간과 사례비, 복리후생비를 현실화 하는 표준근로계약서를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부교역자에 대한 일반 교인과 담임목사의 관점도 변화되어야 할 점으로 이야기된다.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보조라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가진 자신의 영역을 인정하고 만들어주며, 심지어는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은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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