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문을 두드리는 일

그럼에도 문을 두드리는 일

[ 기자수첩 ]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2월 27일(수) 09:14
연말을 맞아 한국교회가 어려운 이웃들을 살피고 돌보는 일에 나서고 있다. 개교회부터 노회와 총회, 그리고 교회연합단체들까지 가릴 것 없이 노숙인, 독거노인, 쪽방촌 주민, 이주민 등 누구보다 춥고 외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이들을 찾아가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천환)와 한국교회봉사단(대표단장:김태영)이 동자동 쪽방촌을 찾아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선물을 건네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뜻깊고 아름다운 나눔이었지만 기자가 취재한 나눔의 현장은 항상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선물을 전달받은 주민 대부분은 감사하다는 건조한 인사와 함께 문을 닫았고, 어떤 주민은 이미 선물을 받았음에도 안 받은 척 밖으로 나와 다른 봉사자에게 선물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서로 자기 집 쪽으로 먼저 와달라며 봉사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봉사자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려가며 선물과 축복의 말을 전했다. 이날 참가한 한 봉사자는 "봉사하다 보니 별일이 다 있지만 그럼에도 문을 두드리는 게 교회의 역할이 아니겠냐"며 봉사를 힘차게 이어갔다.

지난 12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2023 종교인식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33.3점으로 불교와 천주교를 포함한 3대 종교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벌써 4년째 3대 종교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결과를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의 과오도 있겠지만, 좋은 일도 정말 많이 하는데 이런 건 알려지지 않고 호감도에 반영되지 않는 것만 같았다. 세상의 칭찬과 인정을 얻기 위한 일은 아니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교회가 할 일은 '그럼에도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닐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해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2023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중단·축소됐던 나눔 행사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나눔의 소식들, 어려운 이웃들의 문을 두들기는 교회의 소리가 더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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