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갇힌 장로교회의 정체성

차별에 갇힌 장로교회의 정체성

[ 기자수첩 ]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11월 20일(월) 14:31
(사)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가 14일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 임원을 선출했다. 총회에서는 신임 대표회장에 천환 목사, 상임회장에 예장 합동 직전 총회장 권순웅 목사가 선출됐다. 본교단 총회 전 장로부총회장 김순미 장로(영락교회)가 교단 총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첫 여성 상임회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아쉽게 낙선했다.
 
이날 정기총회는 시작 전부터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장로교 연합기관의 리더십을 선출하는 선거로 '총회장과 부총회장', '목사와 장로(평신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대결 구도 프레임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후보 개인의 역량과 공약은 뒷전에 밀려 평가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밀려온 것은 비단 정기총회를 취재한 기자 뿐만은 아닐 듯하다.

그 이유 때문인지 한장총의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 속 불거진 이슈들로 뒷말이 무성하다. 한국교회 성도 중 여성 비율은 70%에 육박하지만, 흐름을 읽지 못한 전근대적 시대로 회귀한 현상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한국교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 크다. 선거 승패를 떠나 교단 내부에서 일고 있는 '여성 안수(목사)'에 대한 분위기 조차 읽지 못한 듯한 일부 인사들의 "평신도 여성장로가 당선되면, 한장총을 탈퇴하겠다", "여성 후보를 낸 통합 측을 행정 보류하겠다" 등의 발언들은 교회 지도자들의 젠더 의식과 수준을 가늠케 했다.

더욱이 한장총에는 '여성'이 대표회장이 될 수 없다는 정관도 법도 없지만 일부 언론과 인사들은 입맛에 맞는 율법주의를 선거 과정에 적용하려 애썼고 1992년 제10회 한장총 정기총회에서는 이미 '한영제 장로'를 대표회장에 선출했지만, 알지 못한 탓인지 자신들의 역사를 부정하는 분위기까지 유도했다.

총회장, 목사는 가능하지만 부총회장, 장로는 불가능 하며, 남성은 되고 여성은 안 된다는 평등 의식이 결여된 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수직적 계급(직분)적 구도는 2023년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교회, 그리고 지도자 모두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사안이다.

일부 교계 인사들은 이번 한장총 선거를 통해 한국교회 앞에 놓인 문제를 다시금 확인했다고 한다. 성별과 직분의 차별을 뛰어넘어 교회 지도자들이 안고 있는 명예욕과 권력욕의 병폐를 해결할 과제가 크다는 것이다. 과제 해결에 대한 노력이 앞으로도 결여된다면, 한장총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었다.

전방위 위기 시대, 장로교회가 앞장서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고 복음을 위한 공교회 구조를 지키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종교개혁 이후 고수해 온 우리의 정체성을 간직하며, 성도들의 사랑과 마음을 모아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이번 정기총회를 시발점 삼아 진지하게 고민하며 실천해야 할 때이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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