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주민들 겪는 기후위기 피해 심각"

"선교지 주민들 겪는 기후위기 피해 심각"

KWMA, '2023 지구와 선교 포럼'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11월 09일(목) 11:00
"전세계적인 기후위기 속 가장 큰 피해자들은 선교지의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이다."

선교사들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의 현황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선교적 관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를 모색하는 포럼이 개최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강대흥)는 지난 7일 서울시 동작구 소재 KWMA 세미나실에서 '2023 지구와 선교 포럼 - 선교지의 기후위기 대응'을 개최했다.

이날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재난들'을 주제로 발제한 민정희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산업혁명 시대보다 지구의 온도는 1.1도가 높아졌고, 우리나라는 1.8도가 올랐다. 온난화는 폭염과 혹한 등 극단적 기후 동시성과 화산, 지진, 슈퍼 태풍, 홍수 등 재해 복합성을 야기한다"며 "독일의 저먼 워치가 발표한 통계 기후위험지수에 따르면 아시아의 나라들이 10위 안에 60% 이상 들어있을 정도로 가장 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현황을 보고했다.

'아시아 선교지 현황과 교회'를 주제로 발제한 문정은 선교사(CCA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도 "내가 거주하고 있는 태국 치앙마이도 3~4월에 40도를 넘었다"며 "11년간 이곳에 있었는데 가장 더웠다. 선교지에서는 매일 기후위기를 체험하고 있다"고 발제의 서두를 열었다.

문 선교사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위험과 초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악화를 겪고 있는 태국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 이전까지 계획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세계에서 4번째로 기후위기에 취약한 국가가 된 필리핀 △폭우로 인한 산사태를 겪는 인도 북부와 우기에 강수량이 부족한 남부 △히말라야 빙하 해빙으로 강우패턴이 바뀌어 식량안보 위기를 겪는 네팔 등 아시아 각국의 기후위기 피해를 보고했다.

이와 함께 지난 9월 CCA 총회에서 채택된 환경 관련 성명서를 소개하며 △기후위기에 대한 신학/성서 교육 자료 개발 △기후위기에 처한 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기도와 연대 행동 지침 마련 △하나님의 창조세계 회복과 보전을 위한 교회와 연대 기구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옹호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용구 목사(KWMA 미래한국선교개발센터장)와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살림'과 KWMA가 공동으로 선교사 2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선교사들의 선교지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조사 설문'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모았다.

설문에서는 "선교지 지역 주민은 기후변화에 얼마나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문항에 '전혀 없다'와 '별로 없다'를 합친 부정적인 답변은 56.5%에 달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환경보다는 생존에 대한 관심이 먼저라는 것이 선교사들의 설명.

또한, "선교지에 당면한 기후재난이 선교지 내 현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매우 그렇다'와 '조금 그렇다'를 합쳐 75.5%를 차지해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선교지 주민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사들이 꼽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 1위는 아프리카로, 전체의 50.2%가 아프리카 대륙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동남아시아 12.7%, 서남아시아 및 남태평양 11.8%, 유럽 7.2%,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5%, 북미 5%, 동북아시아 4.1%, 중동 1.8% 등의 순으로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저개발 국가가 많은 아프리카가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실제 환경 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아가 가장 기후변화의 피해를 많이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기후위기 실제 피해와 인식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선교지가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국제사회와의 공동협력(28.1%)', '기후변화 적응대책에 관한 법/계획 수립(22.6%), '환경교육 강화 및 환경전문가 양성(20.4%), '개인의 인식 제고 및 실천(19.5%)', '종교단체의 환경 선교 지원(6.3%), '기후변화 적응 연구개발(3.2%)'로 응답했다.

"선교지에서 기후위기 대응 및 적응을 해갈 때 선교 협력자로서 현지인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56.1%가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기독교인의 책임에 대한 이해'라고 응답했다. 이어 16.7%가 '창조세계 돌봄에 대한 사명감 고취', 13.1%가 '기후위기 및 신음하는 피조물에 대한 공감', 8.6%가 '기후환경 선교를 위한 파트너십 함양', 5%가 '창조세계 돌봄을 위한 선교사 간의 네트워킹'이라는 응답이 뒤따랐다.

이번 설문에 대해 유미호 센터장은 "이 설문조사는 환경 전문가들과 선교 전문가들에 의해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설문을 통해 선교사들이 서 있는 자리를 기후위기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용구 목사는 "기후위기에 대해 선교계는 선교사 인식 교육, 기후위기 대응 콘텐츠 만들기, 탄소 발자국 지우기 등을 해나가야 하는데 말과 이론이 아닌 실제로 하는 작업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전농감리교회가 내년 환경선교사를 파송하고, 선교단체인 인터서브에서 환경선교사를 영입하는 등 선교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선교계가 수동적이기 보다 적극적으로 매뉴얼도 만들고 로드맵을 만들기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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