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시대, 신학교육의 돌파구 찾아라

한국기독교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1월 06일(월) 06:01
한국기독교학회가 지난 4일 52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국기독교학회 52차 정기학술대회 발표자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신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신학교육의 발전을 위한 제언이 이어져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기독교학회(회장:황덕형)가 지난 4일 장로회신학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52차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대전환 시대, 신학교육의 변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고령화, 신자유주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신학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발표들이 이어졌다.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강연을 맡은 이학준 박사(풀러신학교)는 '대전환의 시대의 영적-도덕적인 전환을 위한 신학교육: 그 새로운 상상력을 위하여'를 주제로 발제했다. 이날 이 박사는 신학교육을 제도적 교회를 위한 목회자 양성이라는 전통적인 틀을 넘어,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공동체 실험을 동반하는 유기적 과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박사는 오늘날 세계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디지털화(Digitalization) △세계화(Globalization)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는 도전을 마주하며 대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봤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물질주의·쾌락주의의 영향에서 사람들이 영원한 가치보다는 당장의 쾌락을 찾게 됐으며, 다원적 디지털화로 물리적 나눔의 공간이 사라져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과 변화가 많아지며 종교와 영성의 선택이 다양해지고 있고, 포스트모더니즘이 개인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 가운데 기독교는 단순히 개인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명과 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요청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의 4가지 도전은 물질만능·적자생존의 논리를 촉발하며 현대인들로 하여금 무한 경쟁과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 따라서 그는 현대인들은 인간과 자연, 개인과 공동체, 지역과 글로벌 세계의 균형과 조화를 필요로 하며, 이를 이끌어 줄 능력이 있는 '영적-도덕적 리더십'을 요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이 대전환의 시대의 신학교육은 "신자유주의가 이끌고 가는 대전환 시대 자체를 영적-도덕적으로 전환하는데 초석을 놓는 새로운 상상력의 교육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학을 리액션(reaction)이 아닌 프로액션(proaction)의 작업이라고 봤다. 이 박사는 우리의 문명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주의 깊게 살피는 동시에, 새로운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신학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교회는 물론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새로운 영적-도덕적 상상력을 만드는 작업이 신학자들만의 독특한 사명이라고 봤다. 이 박사는 "새로운 상상력이 새로운 신학교육을 만들어 내고, 이것이 새로운 교회를 탄생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선지자적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선지자적인 상상력이 신학교육의 변화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며, 교회의 변화는 이 상상력을 찾아내고 살아낼 때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화와 비대면 시대를 위한 신학교육'을 주제로 한 학술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한 김양일 박사(영남신학대학교) 연구팀은 시대 상황과 맞물려 변화의 요구 앞에 서 있는 신학교의 학제와 교과과정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다양한 현장 목회자들과 현재 재학 중인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과 설문을 실시해 신학교육에 대한 그들의 경험과 고충, 어려움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학제개편안을 제안했다.

조사결과 현장 목회자와 신학생들은 △신학교와 목회 현장과의 간극 △학부와 신학대학원 교육의 관련성 △목회자의 사회적 전문성 등 6가지 영역에서 어려움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기초학문 학습에 중점을 둔 학부과정, 융합적이고 실무적인 신학 교육 중심의 신대원과정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이후 직전 회장 임성빈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의 사회로 진행된 정기총회에서는 차기 회장으로 황덕형 서울신학대학교 총장이, 부회장으로 강성영 한신대학교 총장이 인준됐다.


김동현 기자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