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마음과 기다려주는 인내

[ 목양칼럼 ]

송경호 목사
2023년 11월 08일(수) 11:41
춘천에서 부교역자로 있던 시절 아직도 잊지 못하는 한분 권사님이 계시다. 나이는 80세를 바라보는 연로하신 분이다. 놀라운 것은 그 한분이 아파트 한 단지를 전도해서 그 단지에 2개 구역이 생긴 것이다. 비결이 과연 무엇일까? 나는 너무 궁금하고 배우고 싶었다. 아무리 전도지를 들고 찾아 다녀도 사람들의 발걸음을 교회로 인도하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며칠을 두고 심방을 하며 그 권사님의 행적을 관찰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그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이 분이 가져다준 반찬이나 음식을 안 먹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이 권사님은 누가 아프다고, 누가 밥을 못 먹는다고, 누가 힘들다고, 어렵다고 하면 냉장고의 반찬을 가지고 가거나 시장에서 맛난 것을 사서 가정들을 방문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었다.

이 권사님이 형편이 넉넉하고 잘 살아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전도를 위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딸이 자체 장애 등급을 받고 몸이 불편한 상황인지라 누구보다 보살핌을 받아야 할 분이다. 그런데 왜? 그 아픔을 알고 외로움을 알기 때문에 마음을 퍼다 주셨다.

마음이 없는 봉사, 마음이 없는 전도, 마음이 없는 구제는 물질 자랑만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음을 주어야 한다. 목회를 이렇게 배웠다.

부임하고 지역 어른들의 마음을 사기위해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방문하면서 교회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권사님께 배운 대로 마음을 전하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매주 목요일마다 긍휼사역을 시작했다. 지역에 혼자 거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죽을 만들어 배달해 드리는 일이다. 매주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을 택배로 받는다. 그리고 국내산 고기만을 구별해 정성껏 죽을 만든다. 주방일과 배달일도 우리교회 권사님들과 남선교회가 직접 하신다.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80가정이 넘는 곳에 죽을 배달한다.

또 농번기에 바쁜 부모님들을 대신해서 여름과 겨울 방학에 믿지 않는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와 따뜻한 밥을 지어 함께 먹고 돌보아 주고 오후에 집으로 보내는 일을 했다. 한 겨울엔 논에 물을 얼려놓고 썰매장을 만들고 뜨끈한 어묵과 가래떡을 구웠다. 썰매 여러 개를 연결해 기차 썰매를 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끄러운 얼음판을 뛰고 달리며 아이들과 함께 즐거워했다. 뜨거운 여름엔 수영장을 설치해 어린이 잔치처럼 행사를 했다. 전날 미리 물을 받는 대형 수영장을 빌려 하루 종일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했다. 물론 지역의 아이들도 초대했고 점심과 간식은 권사님들이 준비해 주셨 다. 후원해 주신 도움의 손길로 악기를 구입하고 아이들에게 바이올린과 첼로 그리고 플롯을 가르쳤다. 여름과 겨울에 진행되는 돌봄교실은 버스를 빌려 현장학습을 다녔다. 고성 DMZ박물관과 이촌에 국립박물관등 시골에서 쉽게 가 볼 수 없는 곳들이다. 또 미술과 과학교구 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이 이어졌다. 교육비와 식비 현장학습 비용은 전 교인분들의 넉넉한 마음으로 모아서 전부 무료로 진행했다. 이중 몇 명의 아이들이 본 예배 반주자로 함께하고 있다. 그 일이 오늘까지 이어지는 돌봄사역의 시발점이 되었다. 장로님과 남선교회는 아이들 차량운행을 하고 권사님들은 주방에서 맛있는 밥을 지어주셨다. 코로나 전에는 아이들과 어른들 5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했다.

교회의 넉넉한 마음을 경험한 부모님들 중에 많은 분들이 우리교회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 주셨다. 출석 하지 않아도 교회에 대하여 불평하거나 험담하는 분들이 있으면 변호해 주고, 교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되었다. 진심이 담긴 사랑의 마음을 전해들은 분들은 하나같이 좋아해 주고 칭찬해 주신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어린 아이들이 커가고 사춘기 청소년이 되면서 또 다른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담는 넉넉한 마음과 기다려주는 인내를 담은 손 말이다. 이렇게 우리교회는 또 다른 100년을 향해 달려간다.

송경호 목사 / 덕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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