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학은 ‘사촌지간’"

미하엘 벨커 교수 초청 학술대회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3년 10월 16일(월) 07:37
미하엘 벨커 교수(가운데)와 학술대회 참가자들.
강의하고 있는 미하엘 벨커 교수.
독일의 조직신학자 미하엘 벨커 교수가 내한해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한국조직신학회(회장:정미현)와 연세대 정의, 평화, 창조의 보전센터(센터장:정미현)가 공동주관한 미하엘 벨커 교수 초청 학술대회가 지난 14일 연세대 루스채플에서 열렸다. 미하엘 벨커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 '살아 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Faith in the living God)'에 관한 존 폴킹혼과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날 강의에서 벨커 교수는 과학신학의 대가 존 폴킹혼과 함께한 과학-신학 간의 연구의 과정과 결과들을 설명하고 그를 통해 얻은 통찰을 소개했다.

존 폴킹혼은 이론 물리학자이자 성공회 사제로서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서 선도적인 작업을 수행하며 과학신학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사제 서품을 받기 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과학자들 사이에서 큰 명예로 여겨지는 영국 왕립학회의 회원이 될 만큼 물리학계에서 탁월한 업적들을 남겼다. 물리학자로 한창 명성을 떨치던 시기에 교수직을 내려놓고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아 영국 학계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존 폴킹혼(John Polkinghorne).
독일 개혁신학의 영향 아래 있는 미하엘 벨커와 과학적 배경을 가진 존 폴킹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학자는 과학과 신학이 진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는 데 동의했다. 존 폴킹혼은 신학과 과학의 관계를 '사촌지간'으로 묘사하며 과학과 신학 각각의 통찰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미하엘 벨커와 존 폴킹혼은 1993년 프린스턴 신학탐구센터(Center of Theological Inquiry)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이들은 종말론에 관한 연구를 다년간 진행했는데, 조직신학자인 벨커와 과학에 정통한 폴킹혼의 시각은 종말론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우선 그들은 종말론에 있어서 부활의 문제에 집중하고 성서적 전통에서 부활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분석했다. 그들에 따르면 부활은 단순히 육체적 소생과 환생(reanimation and resuscitation)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들은 종말론적 관점에서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관점으로 부활을 이해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으로 복음서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관한 기록들에 대해 그들은 그저 그리스도의 육체가 소생했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닌, "부활절 이전의 예수와 부활절 이후 그리스도의 현존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하엘 벨커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대화: '살아 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 관한 존 폴킹혼과의 대화"를 주제로 강의했다.
부활에 관한 이들의 연구는 영의 몸(a spiritual body), 곧 인간론에 관한 연구로 확장됐다. 이들은 프린스턴에서 신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 역사가, 법학자들과 함께 인간론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은 인간을 물리적인 몸과 정신적인 혼(영)으로만 이해하는 이분법적 이원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바울의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을 보다 다차원적인 존재로 이해했다. 그들에 따르면 바울의 인간학은 인간을 단순히 몸과 혼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육체 △물질적이면서 영적인 몸 △정신적·육체적 통일체(unity)로서의 혼(soul) △인지적·감정적·자발적 활동의 통일체로서 마음(heart) △양심(conscience) △과거와 미래, 보이지 않는 실체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영(spirit)이라는 다차원적인 관점으로 이해한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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