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게 하시는 하나님

[ 미션이상무! ]

성기우 목사
2023년 10월 11일(수) 14:55
육군종합행정학교에서 군종교육단 장병들이 군종특기병과정을 수료했다.
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 군종특기병과정.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선생님이 중요한 존재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이 단지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요즘 한 교사의 안타까운 일들을 포함해 교권이 붕괴하는 사건·사고들이 언론에 많이 보도되면서 과거부터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순위의 높은 곳에 있던 교사라는 직업이 인기가 없어지고, "선생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누군가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군종목사로 많은 사람 앞에 선지 15년이 넘었지만 요즘 들어 더욱 어렵다고 느낀다.

필자가 속해있는 육군종합행정학교 군종교육단은 군종병과원들을 가르치며, 교리 및 전투발전을 연구하는 학교로서 군종장교들의 계급별 보수교육과 신임 군종장교 양성교육, 군종병과의 또 다른 큰 축인 군종부사관 군종군무원들의 보수교육 그리고 군종병 임무를 수행하는 군종병들의 주특기 교육을 진행한다. 이곳의 사역은 일반적인 군종목사들이 하는 교회 중심의 사역과 달리 군종병과원들을 가르치는 교관의 역할과 군종병들을 훈육하는 지휘관의 역할을 중심 사역으로 하고 있다.

2년 가까이 교관으로 지내면서 첫 번째 드는 생각은 우선 어렵다는 것이다. 전입 후 12주 동안 강의 준비를 해 교관 자격심사를 받게 되는데, 다른 교관들 앞에서 교수법, 강의내용 등 준비한 것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 교관으로 종교를 떠나 군종병과원들 앞에서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우면서도 늘 부담이 있다. 또한 보수교육을 받는 군종장교들과 군종부사관들에게 계급별, 직책별 필요한 부분들을 교육하는 것, 특별히 군선교의 한 축인 군종병들을 훈육하고 교육하는 일은 참으로 귀하면서도 부담이 된다.

현재 입대하는 용사들은 소위 MZ세대,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개인주의가 심한 세대인 이들이 특히 수직적이며, 위계적인 군에 들어와 생활하는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군종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과 함께 군선교를 하고 군인교회를 섬기는 일이 참 어렵다"는 말들이 야전 목사님들 사이에서 나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인원들을 교육해 각 교회로 파송하는 일을 하는 것은 참 중요하지만 부담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을 세우는 일을 통해 군종병과와 군선교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있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군종병들과 군종부사관들이 군선교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사명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교회와 부대를 섬기는 일을 하게 하고, 군종목사들이 지녀야 할 실무능력을 배양하고, 사명감을 재확인해 군선교사로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씨를 자라고 열매 맺게 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오늘도 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씨를 뿌리는 삶을 살아가야겠다.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나게 하셨나니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니라(고후 3:6~7)"

성기우 목사 /육군종합행정학교 남성대교회·육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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