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Reader)가 리더(Leader) 되어야

[ 주간논단 ]

정 우 목사
2023년 09월 25일(월) 10:00
지난 7, 8월은 폭염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갈수록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수십 년 전에 누군가 예언했다. "앞으로 광화문에는 야자수가 가로수가 될 것이다." 그 예언이 적중했다. 금년 7월 28일부터 15일 동안 광화문 광장에 야자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서울썸머비치' 행사의 일환으로 모형 야자수가 설치된 것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머지않아 진짜 야자수를 광화문에서 볼 것 같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왔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격년으로 정부에서 조사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가 있다. 2021년에 조사한 통계이다. 성인의 경우,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합쳐 연간 4.5권을 읽었다. 성인 100명 중 1권 이상 읽은 사람은 48명, 1권도 안 읽은 사람은 52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갈수록 독서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에 66%, 2017년에 61%, 2019년에 54%, 2021년에 44%이다. 무슨 책을 선호할까? 1위는 성인과 학생 모두 소설이다. 2위는 성인은 수필이고 학생은 연예, 오락, 스포츠이다. 3위는 성인은 재테크, 부동산이고 학생은 과학, 기술, 컴퓨터이다. 왜 책을 읽을까? 성인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하여 읽고, 학생은 학교 숙제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읽는다. 학생의 경우, 제일 책을 많이 읽는 시기는 언제일까? 초등학교 때는 연 67권, 중학교 때는 24권, 고등학교 때는 13권을 읽는다. 갈수록 입시에 매여 책을 읽지 못하는 실정이다.

역사상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이다. 세 사람을 예로 들면, 첫째, 세종대왕이다. 그는 '백독백습(百讀百習)'을 했다. 말 그대로 그는 백 번 읽고 백 번 썼다. 그의 독서는 다독보다는 정독이었다. 또한 그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집현전 학자들이 일정 기간 동안 잠시 조정의 업무를 내려놓고 오로지 독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휴가를 주는 제도이다. 교회 교직원들도 한 달에 하루 정도는 '사가독서' 휴가를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둘째, 다산 정약용이다. 그는 18년의 유배 기간에 '목민심서',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등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썼다. 그의 독서는 삼박자 독서법으로 요약된다. '정독(精讀)'과 '질서(疾書)'와 '초서(抄書)'이다. 정독은 꼼꼼하고 세세하게 읽어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질서는 책을 읽다가 깨달은 것이 있으면 잊지 않기 위해 적어가며 읽는 것을 말한다. 초서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과 문장이 나오면 이를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셋째,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다. 그의 독서 특징은 메모였다. 책을 읽다가 좋은 내용이나 글귀가 나오면 그것들을 종이에 적어서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집안 곳곳에 붙여 놓았다고 한다. 신사임당의 이런 독서교육이 아들 율곡, 이이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영감은 책을 읽고 사색할 때 순간적으로 찾아온다. 그 순간 메모하지 않으면 지나쳐 버릴 수 있다. 그러므로 메모가 중요하다.

7월에 대전에 사는 손자들이 왔다.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이다. 필자와 하루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필자는 몇 가지 계획을 세워 이들에게 물었다. 손주들은 서점에 가는 것과 연극 보는 것을 선택했다. 대형 서점에 갔다. 우선 시원해서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는 것과 엄마가 이젠 가자고 해도 조금 더 보고 가겠다고 조르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희망이 보였다.

지하철 내 풍경이 달라진 지 오래되었다. 지하철 안은 '고개 숙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기 때문이 아니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권영식의 '21세기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다산의 독서전략'이라는 책이 있다. 다산처럼 읽고 다산처럼 습득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21세기 리더(Reader & Leader)의 독서법'이라 했다. 교회에서도 교회학교에서부터 장년부에 이르기까지 필독도서 목록을 만들고, 책을 읽어야 한다. 교회 안에, 노회 안에 여러 독서 모임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머지않아 리더(Reader)가 리더(Leader) 되어 아름다운 세상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 요즈음 무슨 책을, 그리고 일 년에 몇 권 정도 읽고 있는가?



정 우 목사/미암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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