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를 보내신 하나님

[ 목양칼럼 ]

오영복목사
2023년 09월 20일(수) 14:57
대전에서 사역하다 보성에 있는 조성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해 20년을 보냈다. 청년 사역, 중고등부 사역을 주로 하다가 어르신만 계시는 시골교회에 부임하게 됐다. 예배 시간에 보니 거의 머리가 희다. 모두가 필자의 부모님 연배다. 한 번은 교인들에게 "흰머리에서 검은 머리로 바꾸면 10년은 젊게 보인다"는 말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염색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답게 목회자의 말에 순종하려고 노력하는 분들이 많다. 시골에선 열정에 치중한 사역 방식보다는 안정적이고 평안한 방법이 좋다는 것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깨달았다. 이곳에서 무게를 둔 사역은 기도 훈련이었다. 그 동안 쉬었던 금요일 심야기도회를 비롯해 봄가을 40일 한끼 금식 새벽기도회, 기도원에서 진행하는 한 주간의 금식기도회, 매월 초에 드리는 월삭기도회, 여름 산상기도회 등을 가졌다. 돌아보면 기도의 힘으로 지난 20년 동안 큰 어려움이나 분란이 없었던 것 같다.

시골교회지만 장로수련회, 권사수련회, 청년부수련회, 중고등부수련회, 아동부수련회는 가능한 해외로 나가도록 했다. 또한 틈만 나면 중직자들과 제주도에서 수련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때마다 후원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런 분들을 목회자는 주로 엘리야의 까마귀에 비유한다.

청년부 수련회 장소를 일본 홋카이도의 아사히가와로 정하고 기도한 적이 있다. 수련회 방문지에 아사히가와의 미우라 아야코 기념관을 넣었다. 일본에서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수련회를 위해 오랜 시간 기도하는데 한 집사님이 소를 팔았다며 청년부 수련회를 위해 써달라고 하셨다. 평소 교회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던 분은 아니셨지만, 주님이 마음을 움직여 엘리야의 까마귀 역할을 하도록 만드신 것이다.

필자의 딸이 미대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에도 엘리야의 까마귀를 보내주셨다. 우리 형편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눈물의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지만 주님은 용기를 잃지 말라며 시골 목회자에게 은혜를 베푸셨다. 한 멕시코 선교사님이 유학생을 돌보는 공동체를 소개해 주었고 이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가끔씩 무슨 힘과 능력으로 시골목회자가 유학비가 많이 든다는 샌프란시스코에 6년이나 유학을 보냈는지 묻는 부모들이 있다. 엘리야의 까마귀가 먹이고 기도로 키운 자녀이기에 그런 것일까. 딸은 졸업 후 지금까지 미국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이민자 가족이 우리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들은 교회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소재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 부부가 재산이 많은 것처럼 생각했다. 필자는 재산은 없지만 엘리야의 까마귀가 도왔다고 말했다. 탈진한 엘리야를 그릿 시내가에 두시고 까마귀를 통해 먹이신 하나님이시다(왕상 17:4~6). 지금도 기도하는 시골 목회자에게 하나님은 까마귀를 보내신다.

오영복목사 / 조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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