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파병에서의 기억 조각

[ 미션이상무! ]

이구 목사
2023년 09월 20일(수) 11:10
작전을 앞두고 안전 기도를 하고 있는 이구 목사.
파병함정에서 진행된 성찬식.
2019년 2월 26일부터 동년 11월 25일까지 필자는 청해부대 파병을 가게 되었다. 대한민국 해군은 2009년 3월부터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의 무역로를 확보하고 대한민국 선박의 안전과 호송 목적으로 매년 2~3회씩 파병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10년째가 되는 때에 가게 된 파병에서 무엇보다 청해부대 29진이라는 숫자 '29'가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었다. 내 이름이 '이구'이기 때문이라 그랬던 것 같다. 대조영함을 타고 청해부대 군종참모의 역할을 부여받아 오만의 무스카트와 살랄라를 오가며 호송전대 임무를 수행하였다. 무더위와 싸우고, 반복되는 임무 속 무기력과 투쟁하고, 외로움과 몸부림치며 청해부대 29진 부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다.

솔직히 6개월이 넘는 파병의 기간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함정 생활과는 달리 2주간의 작전 수행, 2~3일의 정박의 반복은 조금씩 영적으로 지쳐가게 했다. 순항훈련의 경험이 있었기에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함정 내에선 개인의 삶이 공개돼 성직자로서의 본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24시간 내내 누군가의 상담자, 영적인 지원을 해주는 성직자로 가면을 쓰고 있는 시간들이 만만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종목사로서 군종참모로서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청해부대 안에 믿음의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함께 예배를 준비해 주었던 갑판병 A형제, 기관병 B형제, 전탐상사 C집사님, 음탐사 D집사님 등 마음을 나눌 형제들은 어두운 순례의 길을 잘 걷게 해준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예배를 준비하고, 찬양하고, 기도했던 시간들은 영적인 피폐함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회복의 순간들이었다. 그때, 나는 피부로 느꼈다. '신앙생활에서 믿음의 공동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조건이구나'

청해부대 파병을 통해 목사로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무슬림들의 생활을 보는 것이었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와 무역도시 살랄라를 오고 가면서 모스크를 견학하고 무슬림들의 기도생활을 볼 수 있었고, 끊임없이 유향을 피우며 신의 향기 속에서 살아가려는 무슬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살랄라에서 욥의 무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오만이라는 나라에 욥의 무덤(진짜 욥의 무덤인지는 사실 여부는 알 수가 없음)이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하나님과 대한민국 해군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무역량의 30%에 해당되는 중요한 교통 요충지이다. 우리나라 선박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의 선박도 많이 지나가고 있다. 또한 여전히 난민들의 작은 배들이 위험천만하게 지나가고 있고, 해적의 위협 가능성도 잔재해 있다. 더욱이 이란과 미국 간의 외교적 관계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상태는 여전히 경계(Amber)해야 할 요인이다. 지금도 호르무즈해협에서 대양(大洋)해군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청해부대 40진과 41진의 장병들의 안전과 영육 간의 강건함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겸손히 소망한다.



이구 목사 / 해군중앙교회·해군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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