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도 느낄 수 있는 주님

[ Y칼럼 ]

전세영 청년
2023년 08월 16일(수) 10:09
우리 교회는 여느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교회와 조금 다르게 시골 촌구석에 있다. 원래부터 시골에 있던 것은 아니고 도시에 있던 교회가 시골로 이사를 한 것이다. 아마 내가 열 살쯤 되었을 때였다.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어린이였기 때문에 시골은 무척 어색한 곳이었지만 이내 적응하여 신나게 놀았다. 우리는 주일 아침에 모여 어른들이 교회 모임을 끝낼 저녁까지 자연을 누비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교회 앞 냇가에서 커피를 만들겠답시고 냇가를 흙으로 막아 흙탕물 웅덩이를 만든 일이다.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지 그 다음 주에 목사님이 물이 썩을 뻔했다며 그건 하지 말라고 하셔서 물이 고여있으면 썩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처럼 열정 가득히 어린이답게 놀았다.

조금 더 자라선 이 교회가 너무 지루했다. 가끔 자립대상(미자립)교회 수련회를 가면 밴드세션이 있는 찬양집회가 멋있고 좋아 보였다. 그에 반해 우리 교회는 통기타와 피아노 반주가 다여서 촌스러워 보였다. 그즈음 우리 교회에 오셨던 전도사님 부부가 계셨는데, 오히려 우리 교회가 잔잔하고 평화로워서 오게 되었다는 말을 하셨다. 그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지루한 예배가 왜 좋다는 것일까? 버스도 없어서 교회에 오가려면 꼭 차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이곳이 왜 좋은 걸까? 그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얻게 되었을 때는 조금 더 나이가 든 후였다.

몇 년 전 우리 부모님은 교회 근처에 집을 지어 이사를 하셨다. 나이가 들면 귀촌을 하고 싶은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빠는 기어코 뒷마당에 텃밭을 꾸려서 농사를 지으셨는데, 그렇게 싫어하던 농사를 자발적으로 하실 줄은 몰랐다. 물론 힘든 것은 딱 질색인 나는 가족들 모두 나가서 밭을 고르고 심을 때에도 나는 '차라리 집안일을 하겠어!'하며 집에 머물러 있으며 일절 손을 돕지 않았다.

그런데 그해 초여름, 아빠가 농작물이 많이 자랐다며 텃밭을 보여주셨는데, 세상에나! 작물들이 너무 귀여운 것이다. 가지, 오이, 수박 등이 마치 미니어처처럼 축소해 놓은 줄 알았다. 일주일마다 농작물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꽤 재밌었다. 분명히 어릴 때 교회에서 주말농장을 했었는데 처음 본 것 마냥 신기했다. 특히 상추는 열심히 이파리를 수확하는 족족 위로 계속 자라는데 거의 내 허리만큼 자라면 '나는 올해 여기까지야~'하는 것처럼 꽃을 피운다. 상추도 꽃을 피운다니 충격적이었다.

그 후로 자연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길을 걷다 본 아름드리 들꽃을 보며, 새삼 길가에 풀과 꽃도 주께서 길러주시는 주님을 느끼게 된다. 또한, 심은 대로 거두는 밭의 영성은 내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었다. 미니어처들이 자라나기 전에 모습은 이미 완성되었던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고유한 한 인격체로 완성시켜 태어나게 하셨다. 자라나며 몸이 크고 마음이 깊어질 뿐이었다.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생태적 영성을 난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자연을 보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생명, 평화를 누리는 것. 그래서 자연에 심겨지며 자라난 나는 우리 교회의 피아노 하나로도 풍요로운 우리 교회의 예배를 사랑하게 되었고 길의 들꽃을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전세영 청년 / 쌍샘자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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