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지속해 온 통일 향한 교단의 노력

[ 연중기획 ] '그래도 가야할 길, 평화' 7.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의 통일 사역

최태협 목사
2023년 08월 16일(수) 10:43
대한민국의 통일 정책은 국제정세와 국내 보수 진보 정권의 이념에 따라 냉온탕을 오가는 극심한 온도차를 보여왔다. 북한은 장기독재 정권을 유지하면서 체제 유지에 혈안이 되어있기에 통일 정책에 있어서 늘 이중성을 보임으로 한반도 통일 문제는 그 누구도 풀기 어려운 난해한 방정식이 되어버렸다. 이런 복잡미묘한 남북관계 속에서도 우리 총회는 그동안 통일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지속해왔다.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총회에서 통일과 북한선교를 위해 실시한 가장 큰 업적이라면 1987년 10월 평양 봉수대교회를 신축하여 봉헌한 일이다. 물론 독재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봉수대교회가 얼마나 교회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평양에 십자가를 매단 교회 건물이 버젓하게 서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의미가 있다.

총회는 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을 꾸준하게 전개했다. 정전체결 60주년이 되는 2013년부터 광복 70주년을 맞는 2015년까지 기간을 정하여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3년 과정'을 실시했다. 그 첫해인 2013년 6월 24일부터 8월 15일까지를 '민족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주간'으로 선포했고, 2014년에도 같은 기간 동안 기도운동을 전개했으며, 2015년에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70개의 기도문을 담은 '70일 특별기도운동 자료집'을 발행해 총회 산하 교회들이 함께 기도운동에 동참했다. 2016년에는 향후 10년 동안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교회와 더불어 한반도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기도운동을 전개해 나가기 위해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을 위한 세계기도운동 자료집(2016.8.15 ~ 2026.8.15)'을 발간했다.

총회는 분단 이후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고 북한교회의 사회봉사 활동을 지원해왔다. 2004년 제89회 총회에서 '총회 북한선교 입장과 통일선교정책'을 채택했다. 2016년 제101회기 총회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남북한선교와 평화통일을 위한 지침서'를 채택했다. 총회는 본 교단 내에서 대북 인도적 협력사업을 하는 단체들의 연합체인 '북한교회지원단체협의회'를 구성해 매년 인도적 사업을 진행했다. 주요 품목은 어린이 겨울 내의와 제빵재료인 밀가루와 콩기름 등이었다. 이어서 2017년 8월 30일 '한국교회 남북교류협력단'이 발족됐다. 이 협력단은 대북사업과 관련해 보수와 진보 단체 모두를 아우르고 있으며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 협력해 북한에 지역별 사회봉사관을 건립하여 지역에서의 나눔과 봉사 사역을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함으로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정착에 기여하고자 한다.

코로나 이후에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있었다. 2020년 6월 16일 남북교류의 상징이었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함으로서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비상대책으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함으로 총회에서 진행했던 민간교류와 지원사업도 완전히 중단되고 말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통일을 위해 총회가 할 수 있는 일이 기도 외에는 없는 상황에서 총회는 2021년부터 시선을 국내로 돌려 그동안 소외되어 있었던 대한민국에 온 북한 주민인 탈북민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90년 후반부터 탈북민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시작해 2023년 현재 3만 7천여 명에 이르렀다. 탈북민 목회자에 의한 탈북민 교회가 2004년부터 세워지기 시작하여 현재 70여 개의 탈북민 교회와 200여 명의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배출됐다. 총회는 2022년 4월에 탈북민 선교를 위한 '북한이탈주민선교지침서' 집필위원회를 구성했고, 2023년 9월 제108회기 총회에서 이를 발표하고 채택할 계획이다.

탈북민 선교를 활성화하기 위해 총회 산하 북한선교연구소에서는 탈북민 신학생, 탈북민 목회자, 탈북민 교회의 실태를 전수조사해 2021년 11월 19일에 '탈북민 목회자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탈북민 목회자와 탈북민 교회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다수 탈북민 교회 목회자들이 열악한 상황에서 사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2.7% 목회자들이 목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으며, 그들은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가서 목회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여 북한선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탈북민 교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같은 탈북민으로서 동질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었는데, 탈북민들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 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이끌 통일 역군이며 북한선교의 최첨병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탈북민 선교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히 탈북민 출신 목회자를 포함한 교회지도자들은 통일 후 북한교회의 지도자가 되어 북한 전 지역에서 선교와 봉사 활동을 담당할 사역자들이라는 점에서 탈북민 사역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올해 9월 4일에는 총회 5개 이북노회로 구성된 이북노회협의회 주최로 탈북민 선교대회를 개최한다. 탈북민 선교대회를 통해 이북 5개 노회의 탈북민 선교정책을 발표하고, 모델이 될 만한 탈북민 교회들과 탈북민 선교단체들을 소개하기 위한 탈북민 사역 박람회 부스를 설치하여 총회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이북노회가 앞장서서 탈북민 선교를 지원하고자 한다. 탈북민 선교를 통한 북한선교와 남북통일의 꿈을 키워나가게 될 것이다.

통일과 관련해 우리 총회가 보유한 매우 소중한 자산은 통일선교대학원이다. 통일의 꿈이 요원한 상황에서도 통일선교대학원은 통일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와 공동으로 1년 2학기의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12기에 걸쳐서 800여 명의 수료생이 배출됐다. 강사는 기독교 관점에서 본 통일과 선교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1년에 5~6회 분단현장에서 그리고 해마다 북·중접경지역을 찾아 압록강변, 두만강변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평화기원기도회를 갖는다. 2022년에 통일선교대학원을 후원하기 위한 이사회를 구성했고, 통일선교대학원을 수료한 후에도 통일선교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도록 수료생 각 기수별 동문회와 총동문회를 구성했다. 통일선교대학원의 탄탄한 조직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통일 역군들을 배출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총회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북한선교와 함께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이다. 후기 사회주의 국가의 가치관 붕괴에 나쁜 자본주의 가치관이 접합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탈북민 가운데 그런 조짐을 보이는 사례가 종종 나타난다. 탈북민이 통일선교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탈북민 신학생과 목회자들에게 착한 자본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건강한 기독교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섬겨야 할 책임이 있다. 건강한 탈북민 목회자들이 몰락한 사회주의와 나쁜 자본주의 체제 사이에서 혼란 상태에 빠진 탈북민 성도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바르게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야 한다. 북한선교와 통일 후 사회통합에 중요한 가교역할을 할 탈북민 신학생, 탈북민 목회자, 탈북민 교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총회의 당면한 과제이다.

최태협 목사 / 시온교회, 이북노회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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