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테러...성장주의 반성, 대사회적 책무 감당

'마음 돌봄' 사역 힘쓰며, 따뜻한 공동체로 다가서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8월 07일(월) 07:31
최근 잇단 '묻지마 흉기 난동'사건에 이어 살인을 예고하는 온라인 게시물까지 속출하면서 전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성장주의에 편승해 공평과 정의를 위한 대사회적 책무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약자의 편에 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묻지마 범죄'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에 따른 우리사회의 '절망적'인 한 단면이며, 더욱 다양해지고 흉폭해지는 이유는 결국 우리 사회가 병든 토양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안명숙 교수(서울장신대 상담심리학과장)는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 심리는 억울함이 많고 세상에 대한 분노가 크다"면서 "세상은 나를 미워하고 적대적인 사람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 없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안 교수는 "단 한번이라도 가해자들이 진실한 사랑과 우정, 따뜻한 포용을 경험했다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면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은 내가 칼날을 휘두를 만큼 악의로 가득찬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다"고 덧붙였다.

또 "가해자들에게는 따뜻한 사랑과 우정을 경험할 필요가 있다"는 안 교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닌 피해의식으로 충동적인 범죄를 저지를 경우 대부분 어릴 때부터 당한 학대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극심한 스트레스로 폭발하면서 폭주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묻지마 범죄가 다양해지고 흉폭해지는 이유는 우리사회가 병든 토양이라는 증거이며 그 열매로 묻지마 범죄자들을 많이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묻지마 범죄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특정 다수에 행해지는 폭력이기 때문에 묻지마 범죄를 '테러'로 규정하는 나라들도 많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자신의 억울한 심경을 알리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범죄 양상은 더욱 잔인하게 진화된다. 이상억 교수(장신대 목회상담학)는 "과거 외상 경험이 있거나 충동성이 크고, 사회적인 부적응자이거나 자존감이 낮고 소통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외부와 단절을 경험하면서 완전히 무기력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기 때문에 처벌과 비난보다 자신의 분노와 억울함을 표출하는데만 관심이 있다"면서 테러성 잔혹 범행이 잇따르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따뜻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하면 극단적인 행동이 사실상 많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코로나 이후 회복과 부흥에 초점을 맞춰 양적 성장에 경도돼 교회의 대사회적 책무에 소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면서 "따뜻하게 품어주는 교회공동체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만큼 대사회적 책무를 꿋꿋하게 감당하며 우리사회에 왜 교회가 꼭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묻지마 범죄가 성장위주의 사회구조에 따라 소외되고 좌절감으로 인한 분노와 증오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성장과 경쟁을 지양하고, 훈계보다는 따뜻한 포용과 공평하고 정의로운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는 "교회가 특별하게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교회가 그동안 성장주의와 물량주의에 편승해 극단적인 양극화를 조장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공격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떻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를 진단하며, 목회 현장에서 예방과 치료 사역에 앞장서는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마음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로부터 방치되거나 외면받은 청소년들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일형 목사(세나청소년사회복지원 시설장)는 최근 발생한 '묻지마 범죄'의 또 다른 이유로 사회적 구조, 환경 문제를 지적했다. 이 목사는 "근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문제와 책임이 있지만, 사회적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구조와 환경도 큰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전혀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죄인, 아픈 자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곳이 교회이지만, 교회는 사회적 부적응자들과 함께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 같은 사회 문제가 앞으로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 "1년에 발생하는 국내 소년재판이 1만 여 건에 이르지만, 대부분 무대책 후 집으로 돌려보내고, 깨어진 가정에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상황에서 성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한 문제에 귀 기울이고, 청소년기부터 상처 많은 자들을 돌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위기 청소년 돌봄 사역에 앞장서고 있는 박지순 목사(생명선교회)는 묻지마 범죄와 같은 사회적 현상의 원인을 '중독'에서 찾았다. 마약과 알코올, 성, 도박, 게임, 모바일 중독자 등을 더하면 우리나라의 중독자는 이미 1000만 명에 육박하고, 중독자 대부분의 뇌는 손상돼 정신분열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밀집된 경쟁구조로 스트레스 빈도가 높아 정신질환자의 중대범죄는 실제로 증가세라고 했다. 박지순 목사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자신의 욕망만 채우고, 자신의 불행, 남의 행복만 느끼는 망상적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중독의 끝은 죽음이다. 모든 중독은 질환 문제로 연결된다"며 한국교회가 사회적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중독된 환자들을 치유하는 목회와 이를 위한 전문 사역자 배출도 시급하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에서 사회적 부적응자와 정신진환자를 치유하고 돌보는 유선희 목사(헤세드하우스 원장)는 "묻지마 칼부림과 같은 사건은 사회 정치 도덕적으로 안정화되어 있지 못한 구조 속에서 정신분열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인권 정책으로 이들이 치료받지 않을 권리가 강화되면서 무방비 상태가 지속 돼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치료적 돌봄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회는 이들의 문제를 영적 문제와는 또 다른 정신질환 문제로도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유 목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정신분열 증상을 앓는 은둔형 외톨이 등 사회적 고립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그들의 마음을 돌보고, 신앙 안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제공하며, 전문적인 치료사역을 병행할 수 있는 전문 사역을 시행하는 것도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의미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은숙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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