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 시효 30년 폐지' 시대 역행하는 우둔한 조치

교계 사형폐지운동 관계자, '사형 집행 시효 폐지안' 비판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6월 09일(금) 18:59
▲ 지난 2007년 10월 10일 사형폐지국가선포식준비위원회가 주최한 '사형폐지국가 선포식'에서 학생들이 '사형반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한국기독공보DB
지난 5일 사형 집행 시효 30년을 폐지하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법 개정안에 대해 교계가 적지 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형제 폐지를 주창해 온 종교계 인사들은 '사형 집행 시효 30년 폐지 안은 시대를 역행하는 우둔한 조치'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 같은 법안대로라면 종교계가 수십 년간 주장해 온 '사형제 폐지'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형법상 30년이 지난 언제든지 사형 집행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진행된다는 이야기이다.

법무부는 5일 '사형 집행 시효 30년 폐지'와 관련,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은 사형을 선고하는 재판이 확정된 후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고 30년이 지나면 시효가 완성되어 집행이 면제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사형 확정자의 수용은 사형 집행 절차의 일부로 사형 집행 시효 자체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어 집행 시효 폐지 개정안과는 상충하게 된다. 오히려 사형 집행 시효 기간만 기한 없이 늘리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한국사형폐지범종교연합회 공동회장 김성기 목사는 수십 년간 생명 존중, 생명 사랑을 주창해 온 기독교 입장에서는 큰 실망과 충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정부의 사형 집행 시효 30년 폐지 발표에 대한 깊은 우려와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현 추세는 사형 존치국보다 사형 폐지국이 훨씬 더 많다. 21세기에 들어서 전 세계의 형사정책학적 입장도 사형제 폐지"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번 법 개정안이 사형 제도의 본질인 위하설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잃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1988년 10월부터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온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사형은 하나님이 주신 인간 생명의 존엄을 간과한 관제 살인이자 국가 폭력이라는 것"이라며 "2020년 12월 16일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는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한 가운데 이제는 사형폐지의 법률적, 성서신학적, 헌법적, 세계추세적, 형사정책학적 정당성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형의 집행 시효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은 시대착오적, 인권이나 법퇴행적, 국민기만적 행위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교회만이라도 사랑을 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사실 법무부가 사형 집행 시행 시효 폐지 법안을 다룬 것은 올해 30년째 복역 중인 사형수 원 씨의 시효 만기가 도래하게 돼 사전에 논란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교계 인사들은 "우리나라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사형국 사형제 폐지 찬반 논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 사형제 집행 시효 폐지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와 같은 제도를 앞서 연구하고 이 문제에 더욱 신중히 접근했어야 한다"라며 "이번 사형 집행 시효 30년 폐지는 사형수 석방 규정 폐지를 뛰어넘는 사형제도 존치에 무게가 실린 개정안"이라고 해석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제도에 대한 합헌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헌재가 세 번째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지난해 현 법무부장관은 헌재에 기독교의 입장과 반하는 '사형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교계는 26년째 사형폐지 입법화를 호소하고 있으며, 한국교회에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생명 사랑 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대표회장 문장식 목사는 "개헌을 통한 사형폐지의 순리적 절차 이행을 촉구한다"며 더불어 "사형 없는 나라를 위한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 결정을 촉구한다"며 이를 위한 한국교회의 기도를 요청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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