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이 존중하라"

[ 주간논단 ]

이종학 목사
2023년 06월 06일(화) 10:00
사람을 쉽게 규정하면 편견이 된다. 우리는 이쪽저쪽에 대해 호불호가 지나치다. 정치나 사상이 자유롭지 못하고 지방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도 적지 않다. 백인이나 서양 사람에게는 근거 없이 호의적이면서도 유색인종이나 동남아 사람에게는 함부로 대한다. 대기업이나 노동자에 대한 생각도 이해관계에 따라 편향적이다. 농촌 들판 길에 트랙터 한 대가 유유히 달린다. 운전자가 젊은 여성인데 그의 모습을 신기하게 보는 것도 편견이다. 기독교 내의 편견도 많다. 같은 예수를 믿으면서도 다른 교단과 교류하지 못한다. 상대 교단을 헐뜯고 서로 장자 교단이라 하지만 그만한 역량은 없다. 어느 교단장이 이웃 교단 교회에서 설교하면 뉴스가 된다.

편견이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선입관으로 판단하여 과격한 말로 거부하는 행위이다. 초대교회 당시 유대인들은 이방 사람은 물론 동족이라도 사마리아 사람까지 멸시하였다. 베드로가 욥바에서 이방인과 식사를 하다가 슬그머니 빠져나간 일이 있었는데, 유대인 동료에게 이방인과의 식사자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그런 행태를 책망하였다. 예수께서는 유대인뿐 아니라 온 인류의 구주로 오셨는데, 베드로는 하루 세 번씩이나 기도하면서도, 이방인도 구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베드로는 이방인과의 식탁 교제도 잘못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베드로가 지붕에서 기도할 때 짐승과 곤충, 벌레, 조류들이 큰 보자기에 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환상을 보게 되었다. 하나님은 먹으라 하시고 베드로는 그것들을 속되고 깨끗지 못한 것들이라며 거절한다. 하나님이 거룩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느냐는 음성이 계속될 때 가이사랴에 주둔하던 로마 백부장의 종이 찾아와 베드로를 청하였다. 베드로는 백부장 고넬료에 대해 이방인이요 피지배 국가 주둔군의 장교로만 알고 있었는데 편견이었다. 그 역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었고 유대인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했으며 때론 천사와도 교류하는 영적인 사람이었다. 천사의 지시를 듣고 사도를 청하여 말씀을 듣고자 하기도 했다.

전북 김제 금산사 입구에는 1905년 최의덕(L.B.Tate) 선교사가 세운 기억(ㄱ)자 교회가 있다. 그 지역 지주였던 조덕삼이 언더우드 이후 7인의 선발대로 조선에 들어와 전주와 정읍을 오르내리며 전도하던 최의덕 선교사에게 감동하여 예수를 믿고 그의 집에서 시작된 금산교회는 경남 남해에서 온 이자익이란 머슴도 함께하였다. 이자익 역시 주일이면 기독교 신앙에 열심이었다. 시간이 흘러 장로 피택 회의가 열리게 되었는데 선택받은 사람은 조덕삼이 아니라 이자익이었다. 잠시 회중이 술렁거릴 때 조덕삼이 일어나 이자익의 당선을 축하하며 장로로 존경하여 임직하자 하였다. 얼마 후 조덕삼은 이자익 장로에게 신학을 권유하여 평양신학교에 진학시켰고 장학금과 생활비를 제공하였다. 이자익은 신학교를 마친 후 금산교회 담임으로 초청받아 목회하였고 나중에 대전신학교를 설립하였으며 해방 전후로 여러 노회장은 물론 총회장을 세 번씩이나 역임하며 한국교회 발전에 기여하였다.

주인과 머슴이 함께하며 건강하게 성장해가던 초기 한국교회의 좋은 면이다. 당시 선교사를 파송했던 미국 교회에도 노예이거나 노예였던 사람과 함께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기독교 역사가 일천 했던 우리가 남녀노소 지위고하 양반상놈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죄인이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용서받아야 할 존재라며 믿음 안에서 형제의 예를 다했던 것은 온 인류 모든 족속에게 편견 없이 자기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 주신 하나님 때문이었다. 그 누구에게 아무 값도 묻지 않고 속죄와 생명의 은총을 주신 예수님 때문이다.

하나님은 그 사랑을 베드로에게 명하셨다. 온 유대와 사마리아 땅끝까지, 고넬료의 가정, 이달리야데 사람, 로마 군대에게까지 복음 전파를 원하셨다. 사도 바울에게도 명하셨다. 고린도 에베소 빌립보 골로새 로마까지 예수 증거를 바라셨다. 어느덧 수련회 성경학교 시즌이 돌아왔다. 이 거룩한 신앙과 사역은 이제 우리에게 주어졌다. 가난한 자, 눈먼 자, 포로 된 자, 병 든 자, 남녀노소 편견 없이 데려오며, 가나안 교인, 방황하는 청년, 비뚤어진 학생,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까지 편견 없이 존중하여 주의 제자 삼기를 명하신 것이다.



이종학 목사/진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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