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을 위한 성경책, 이 땅에는 없습니다"

한국수어성서원 공동원장 손원재·김용환 목사
농인 성경 만들기 위해 두 수어 기관 합병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18일(목) 22:48
좌-김용환 우-손원재
"농인들은 '잘 보는' 언어인 수어로 소통하고 이해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도 우리 농인에게는 수어로 보여질 때 가장 쉽고 이해하기 편하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농인들은 아직까지 수어로 된 성경이 단 한 권도 없습니다. 한국수어성서원은 35만 한국 농인들 위해 '농인에 의한 농인의 성경'을 만들려고 합니다."

국내 수어성경을 제작하는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와 한국수화성경연구원이 수어성경 번역과 보급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수어성서원'으로 합병했다.

공동원장인 손원재 목사(명성교회 농아부)와 김용환 목사(주안수어교회)는 "농인들은 한국 땅에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지만 이들의 모국어는 '수어'이고 한글은 제2 외국어다"라면서 "농아인들에게 문자성경은 외국어 서적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에 모국어인 수어로 바꿔줘야 이들도 매일 성경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와 영어 문법 체계가 다르듯이 한국어 수어와 문법도 다르다. 단어와 문법이 익숙하지 않은 농인들에게 한국어 성경은 영어성경인 셈이다. 현재 전국의 약 200여 개 농아인교회(농아부 포함)에서 7000~8000여 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지만 이들은 일주일에 주일날 한번 예배시간에 받는 수어 설교가 전부다. 수어성경이 없기 때문에 주중에는 말씀을 접할 기회가 없다.

복음을 접한 농인들이 읽고 볼 수 있는 성경보급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면서 총회농아인선교회가 지난 2009년 한국수화성경연구원을 설립하고 뒤이어 2013년 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가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를 창립해 농인들을 위한 수어성경 번역 사업을 진행했지만 쉽지 않은 사역이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지난 2020년 39년 간의 성경번역을 마치고 완역했다. 일본은 30년 동안 성경의 34%를 완성 중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체 성경의 9%뿐인데 이 또한 인증이 안된 초안이다.

"우리나라만 공인받지 못한 초안을 홈페이지에 업로드해 읽고 있는 중"이라는 손원재 원장은 "미국과 일본 모두 수어성경번역을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어 전문가가 매일 출근해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진다"면서 "농인의 언어인 수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모든 연구원들이 주 5일제로 근무하면서 번역작업에 몰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용환 목사도 "주1회 자비량으로 모인 연구원들로는 이 작업을 진행하기 힘들다"면서 "2035년 초안 완역(한국수어성경 승인 2040년)을 목표로 작업하려면 주 5일제 근무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하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농인은 한국어 성경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수어 영상으로 볼 때 말씀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두 원장은 "앞으로 66권 수어성경 영상을 제작 배포함으로써 한국에 있는 35만 명 농인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보고 구원받는 통로가 되게 하겠다"면서 향후 △한국수어성경 제작 △콘텐츠 개발 및 제작 △자료 보존 및 인력 지원 등의 사업을 통해 기독교수어를 통일하고 수어성경 번역 및 보급, 다양한 버전의 수어성경 및 사전 제작, 컨설턴트 양성 등의 사업에 주력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수어성서원은 지난 15일 장충교회에서 합병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감사예배는 이재욱 목사(135부천농인교회)의 사회로 이준우 목사(지구촌교회 협동·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의 기도, 김영삼 목사(안산농아인교회)의 성경봉독, 나경화 목사(135글로벌비전재단 홍보대사)의 특송, 정성진 목사(크로스로드 대표)의 '무엇을 원하느냐 '제하의 말씀선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이순창 목사(연신교회)와 이영훈 목사(한교총 대표회장), 에이지 야마모토 목사(아태수어개발협회 이사장) 총회농아인선교회 회장 안후락 목사(한숲농인교회)의 축사, 이문식 목사(세계성경번역선교회 이사장) 김종생 목사(한국교회봉사단 이사) 고덕인 목사(한국기독교농아총연합회 대표회장)의 격려사, 황준환 목사(김제에바다농아교회)의 경과보고에 이어 박상문 목사(153글로벌비전재단 이사장)의 축도로 마쳤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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