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소

[ 이슈앤이슈 ]

박만서 편집국장
2023년 05월 23일(화) 08:17
기사나 제목에서 단골로 사용하는 '현주소'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에서 이 단어를 찾아보면 "현재의 상태나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오늘의 상황을 점검하거나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한다. 기사의 제목에서 '현주소'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오늘 현재 시점에서 잘하고 있냐'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보다더 나아가서 "너 자신을 잘 알고 있냐"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교회 현주소'라고 할 때 "한국교회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냐"는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비추어 "한국교회는 한마디로 오늘 처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한국교회 현주소'는 비관적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한국교회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을 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현재 상황,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전 제시를 할 수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는 진단은 한국교회는 현주소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한국교회는 성장기에 교회만의 성을 쌓아 올렸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이 높은 성을 쌓는 일에 충실(?)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회의 관심은 성장이었고, 교회 밖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물론 당시 우리 사회 또한 교회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변화가 생겼다. 교회가 커지면서 밖에서 교회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 첫 단계가 교회 재산에 대한 세무 관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교회 재산 중 종교 행위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부동산이 아니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을 놓고 교회와 줄다리기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목회자 세금 문제로 확대되면서 교회 밖에서 교회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어떤 외부 힘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교회와 사회의 성이 유리벽으로 바뀐 것이다. 밖에서 얼마든지 교회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본 결과가 언론 등에 회자되면서 교회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사회인이면서 기독교인인 젊은층이 바라보는 교회 현주소는 이전 교인들과 차이가 있었다.

문제는 교회와 사회의 평행선이 깨졌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놀랄 만큼 급변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와 비교할 때 교회는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교회 밖에서 교회 안을 들여다볼 때 문제투성이로 볼 수밖에 없다.

예를 하나 들어보면, 우리 사회 선거문화는 변화를 거듭해서 깨끗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았다. 법적으로도 불법(금품)선거가 발각될 경우 적지 않은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공명선거를 구호로 내세워야 할 만큼 변하지 않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공공연하게 불법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문제 삼기는커녕 감싸기에 급급할 뿐 아니라 불법선거 행위가 발각되었다고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면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끝나버리길 반복하기 일쑤다.

이러한 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교회 밖에서 교회를 좋게 평가할 수 있겠는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가 개혁해야 할 과제로 재정의 투명성, 교회 지도자(목사) 문제가 빠지지 않고 1, 2위에 올리는 것도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높은 벽에 둘러싸인 고도 성장기인 1960, 70, 80년대가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교회 밖에서 훤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투명한 유리벽 속에 있다. 모든 면에서 변화하고 진화하며 감성보다 이성적 판단이 앞서는 교회 밖을 경험한 사람들이 현재 교회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교회 밖에서의 경험을 교회에 적용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여전히 이전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주소'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을까? 투명한 유리관 속에 갇혀서 여전히 성장 전성기만을 향수할 수 없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주소임을 깊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교회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교회 밖의 힘이 교회를 향해 계속해서 화살을 쏠 것이다. 화살보다 더 파괴력이 있는 대포, 핵미사일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변화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변화보다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

박만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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