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으로 초대하는 정원

[ 목양칼럼 ]

강병철 목사
2023년 05월 17일(수) 09:51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행복하게 뛰노는 정원이 있다. 어느 날 정원의 주인인 거인이 아이들을 쫓아내고 담장을 높이 쌓았다. 그후로 정원에는 봄이 오질 않는다. 꽃도 피지 않고 새들도 찾아오지 않는 겨울만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거인은 담장의 구멍으로 들어 온 아이들을 통해 봄이 왔음을 알게 됐고, 정원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다시 봄이 찾아오게 된다. 손과 발에 상처가 있는 한 아이는 자신의 정원인 천국에 거인을 초대한다.

아일랜드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거인의 정원'이라는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필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공간이 없음을 늘 안타까워했다. 건물만 올리려고 하는 어른들 때문에 작은 마당마저 허락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교회 마당이 봄꽃처럼 아이들의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거인의 정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몇 년 전, 교회의 배려로 프랑스 남부 부르고뉴 지방의 떼제(Taize)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수도원을 방문했다. '떼제 공동체'를 가톨릭 수도원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나 스위스 개혁교회 목사의 아들인 로제가 세운 개신교 수도원이다. 당시 필자는 영적으로 육체적으로 탈진한 상태였으나 3일을 머물면서 충전과 회복을 경험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주일 예배다. 주일 오전 예배를 마치고, 소그룹으로 흩어져 말씀과 나눔을 가졌다. 잔디밭에서, 나무 그늘 밑에서, 혹은 호숫가에서 소그룹별로 모여서 말씀을 나누는 모습은 갈릴리호숫가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무리를 보는듯했다. 건축을 앞두고 기도하고 있던 필자는 떼제 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교회 공동체의 비전을 보았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국립 현충원 뒷산을 배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게 건축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 아름다운 예배당이 세워졌다. 예배당 앞에 커다란 마당이 있고, 입구에는 로마 바티칸 시스티나성당 천장의 그림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를 입체적으로 묘사한 실물 크기의 작품이 우뚝 서 있다. 일명 '에덴동산'이다. 예배당 뒤편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일명 '게세마네 동산'이 있다. 그리고 예배당 꼭대기는 청동으로 제작한 '평화 통일 기원의 종'이 달려있다. 평화 통일과 복음 전파의 종을 울리는 창조와 구원의 여정을 걷고 있는 신앙 공동체를 상징화한 것이다. 주민들은 '아담의 창조'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교회 마당을 마을 길목처럼 이용한다. 학교가 끝난 동네 아이들은 거인의 정원처럼 교회 마당에서 뛰논다.

5월 첫 주 어린이주일엔 '252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숫자 '252'는 "예수는 지혜와 키가 자라가며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욱 사랑스러워 가시더라"는 누가복음 2장 52절의 말씀에서 가져왔다.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면에서 온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축복하는 어린이주일 행사다. 코로나로 중단되었다가 3년 만에 다시 연 '252 페스티벌'은 어른 세대와 어린이 세대가 교회 마당에서 어울리며 뛰노는 잔치이다.

이렇듯 교회 마당은 주일에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뛰노는 놀이마당이고, 소그룹 별로 사랑의 교제를 나누는 코이노니아 공간이고, 평일에는 마을 주민들의 쉼과 회복의 놀이터로, 사시사철 사람 꽃 만발한 '거인의 정원'이 되고 있다. 이 마당에서 주님의 정원인 천국으로 초대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해본다.

강병철 목사 / 초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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