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는 그리움, 사랑이라면 나눠야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특별전시회 '장미찬란'
장기기증인 유가족 위로하고, 이식인들의 앞날 응원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5월 12일(금) 08:20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이사장:박진탁)는 지난 11일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특별전시회 '장미찬가 -그리운 내 사랑, 잊지 못할 나의 영웅'을 개최했다.




봄 햇살 보다 더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지원 씨. 그녀는 2018년 18살이었던 '봄날'에 각막이식수술을 받았다. 그에게 새 세상을 선물한 각막기증인은 동갑내기 남학생 '이동영'.

"동영이와 함께 더 많은 세상을 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루를 산다"는 지원 씨는 "가장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 장기기증을 결심해주신 모든 기증인 가족분들께 감사하다"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지원 씨의 편지에 신경숙 씨는 딸을 그리며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

8년 전 심장과 신증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딸. 그는 "사랑하는 딸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그는 "사랑하고 싶어도 더이상 사랑할 수 없고, 사랑받고 싶어도 더이상 사랑받을 수 없는 현실이 애통하다"면서도 "딸이 벚꽃처럼 찰나의 인생을 살다갔지만, 새봄을 기다리며 다시 생명을 품는 나무처럼 딸의 생명도 어딘가에 끊임없이 피어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승진 씨.

소아당뇨로 투병하다가 췌장을 이식받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낸 승진 씨는 다시 또 신장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피아노를 마음껏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하루하루 감사하다"면서 두 번째 삶을 허락한 기증인과 가족들을 위해 피아노 연주를 헌정했다.

장기기증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준 기증인과 그 가족,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새 생명을 선물받은 이식인들의 사연을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이사장:박진탁)는 지난 11일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특별전시회 '장미찬가 -그리운 내 사랑, 잊지 못할 나의 영웅'을 개최했다.

사진전은 '로즈디데이(Rose D-day)'를 맞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나눔을 실천한 도너패밀리에게 감사를 전하고, 또 그 선택을 통해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이식인들의 건강하고 희망찬 앞날을 응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로즈디데이'는 매년 가정의 달인 5월 14일, 뇌사 장기기증인과 유가족의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는 날이다. 50여 명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도너패밀리)과 이식인, 그들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날, '생명이 맺어준 가족'들은 분홍 카네이션과 노란 장미를 나누며 꼬옥 끌어안았다. "잊지 않겠다"는 뜻이었고 "항상 행복하라"는 의미였다.

소아당뇨로 투병하다가 췌장을 이식받으면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끝낸 승진 씨. 두 번째 삶을 허락한 기증인과 가족들을 위해 피아노 연주를 헌정했다.
사진전은 도너패밀리와 장기이식인들의 일상을 담았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고통 속에서도 아파하는 또 다른 가족을 위해 생명나눔을 선택한 뇌사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11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장미한 일상'과 죽음의 문턱에서 새 생명을 선물받은 10명의 장기이식인의 일상을 소개하는 '찬미한 순간'으로 총 60점이 소개됐다.

'장미한 일상'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의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도너패밀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찬미한 순간'은 생명을 선물받고 새 인생을 살아가는 이식들의 찬란한 일상이 소개된다. 이날 전시된 사진은 따뜻한사진가 협동조합 사진작가들의 재능기부로 진행됐다.

"아들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에요."

장기기증으로 죽음의 고비에 있던 7명에게 따뜻한 생명을 남기고 떠난 아들. 도너패밀리 편무성, 박상렬 부부의 사연이 사진에 담겼다.

아들이 떠난 날이 가까워져 오면 슬픔에 잠겨 어쩔 줄 모른다는 아버지.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달려와 와락 안길 것만 같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리움일거에요"

노부부의 깊게 팬 주름 하나하나에는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부모가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을 감내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삶을 사랑하며 살아온 이들 부부의 초연한 얼굴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떠나간 이들을 향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사진 60점 외에도 생명나눔을 응원하는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50명의 사진도 만날 수 있다. 또 장기기증인 생명나눔 스토리 열람, 장기이식인 감사편지 오디오북 청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편 이번 특별사진전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다. 오프라인은 15일까지이며 온라인갤러리(https://exhibit.gallery360.co/v/GIGJ2Czm)에서 전시를 계속 이어간다.


최은숙 기자

새 세상을 선물한 기증인과 가족들에게 감사편지를 낭독하는 서지원 씨.
서지원 씨가 도너패밀리 신경숙 씨 부부에게 핑크 카네이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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