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회의'

[ 목양칼럼 ]

김명환 목사
2023년 05월 17일(수) 09:51
교회는 선한 사역을 많이 하는데, 사회적 신뢰가 낮은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당회가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 이웃에는 매우 장시간 당회를 하는 교회가 있었다. 때로는 자정을 넘기기도 한다니 '이렇게 회의하다가 병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교회는 장시간의 토론에도 당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결국 선임 장로가 "목사님이 더 많이 기도하고 계실테니 목사님을 신뢰하고 맡깁시다"라며 중재하는 식으로 사안을 처리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느 교회든 중직들이 모여 자신의 주장을 앞세우며 대립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모아 더 많은 생명을 살릴까'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한 번은 어떤 장로님이 필자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목사님은 예배와 설교, 심방만 해도 바쁘실 텐데, 정치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어떤 답을 해야 할까? 거부하면 장로님과 관계가 멀어질 것 같았다.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장로님이 저와 함께 성경공부를 하면서 주님의 마음을 느낀 뒤에 그렇게 하시죠." 장로님은 생명을 살리려는 주님의 마음을 살피기보다 자신이 주인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말을 많이 한다는 것은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뜻이다. 우리는 노회로 모일 때마다 매번 '성노회'라고 부른다. 그런데 총대 가운데 20여 명이 회의를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 '성노회란 모든 구성원들이 삼위일체 하나님께 속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함께 주님의 뜻과 주님의 방법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교회는 당회를 앞둔 금요일이면 경견회 순서와 위원회별 안건을 온라인 대화방에 공유해 잘못된 내용을 빼거나 필요한 내용을 추가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자주 회의의 목적과 진행 방법도 공유하는 데 그 내용은 이렇다.

먼저 회의의 목적은 '혼자의 힘은 약하기 때문'이며, 또한 '함께 하면 하나님의 뜻과 방법을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가 지향하는 회의의 방법은 '△모든 당회원이 똑같은 권리와 책임을 가지며 발언도 N분의1로 한다 △먼저 내가 할 일을 오랫동안 자세히 파악한 뒤, 우리가 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위원장은 부장, 부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참석한다 △내가 아는 것을 진솔하고 분명하게 말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본 뒤 내 생각보다 좋으면 받아들이고 타협한다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더 아름답고, 더 풍성한 교회를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부족함과 연약함을 인정하고 함께 생각할 때 가장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여긴다 △우리는 예수님께 붙어 있는 지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주님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모든 절차는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는 말씀을 근거로 진행한다'이다.

'정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로 돼 있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무수한 청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마지막에는 세인트 헬레나섬에 유배된 뒤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총과 칼, 대포로 세상을 정복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나사렛 예수는 바늘 하나 들지 않고 사랑으로 세상을 평정했다." 교회의 정치는 교인 서로가 연약함을 인정하고, 지혜롭고 능력 많으신 주님께 붙잡혀 주님의 뜻과 방법으로 공동체의 생명을 살리려는 노력이다.

김명환 목사 / 충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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