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용서하는 삶

[ Y칼럼 ] 이다운 청년 ②

이다운 청년
2023년 05월 10일(수) 19:18
고등학교 1학년 때 만화를 그리거나 혼자 사색을 하는 것을 좋아해서 학교 친구들과는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학교 친구들과 거리가 생겼고 서로 의사전달이 안 되는 고집 센 아이로 변하게 되었다. 이런 성향으로 인하여 친구들과 다툼이 잦았다. 어느 더운 여름날 체육 시간에 같은 반 친구들끼리 축구를 할 때 이야기이다.

나는 수비수로서 공격수인 한 친구를 집중 방어하게 되었다. 이 친구는 학년 전체를 통틀어 축구를 가장 잘하는 아이였다. 따라서 나는 그를 집중적으로 방어했고 골대 앞에서 항상 나의 수비로 공격이 막히게 되자 그는 갑자기 화를 내며 나의 명치를 주먹으로 때렸다. 나는 순간 휘청거렸고 당혹감과 욱한 마음에 그를 넘어뜨렸다. 이를 말리려 다가오는 친구들이 나와 그 아이의 몸싸움을 말렸고 다행히 서로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러나 화가 많이 난 그 친구는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욕을 하였다. 그리고 축구를 같이한 친구들도 모두 그의 편을 들어 나의 잘못을 따지기 시작하였다.

당황스러웠다. 먼저 맞은 건 나인데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편을 먼저 드는 친구들이 더 미웠다. 하지만 그동안 친구들과 관계를 소홀히 한 나 자신을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를 삭히기로 하였다. 그래서 나는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고 혼자 쓸쓸히 돌아섰다. 싸웠던 그 친구도 아무런 말도 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떠나서 그렇게 축구는 모두 끝이 났다.

먼저 사과했는데도 반응도 없이 무시한 그 친구의 태도에 계속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얼마 뒤에 그 친구가 쉬는 시간에 다시 나를 찾아와서 아까 있었던 일들에 대해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나에게 왜 사과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 아이는 내가 먼저 사과를 한 것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혼자 조용히 지내던 내가 먼저 사과를 하는 용기 있는 행동에 당황하여 아무 대응도 못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이 없었는데도 사과를 한 나의 행동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후회를 했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먼저 사과를 하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학생들과 싸웠다면 좋지 못한 상황들이 일어났을 것이다. 결국 내가 먼저 사과하는 행위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뒤로 나는 그의 사과를 받아들임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남을 무시하던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고 남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뜻대로 행해지지 않을 때 짜증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화를 내면서 부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하면 그것은 전염이 되어 모든 사람이 불편한 상황이 되어버린다. 나는 먼저 용서하고 사과를 하게 되면 더 이상 큰 일은 벌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그리스도인 청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예수님께서 우리를 먼저 용서하시고 사랑하셨기 때문이 아닌가. 용서와 사랑의 주님은 우리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쳐 주신다.

나는 원수 같았던 그 친구에게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화가 날 때마다 이날의 교훈을 떠올리며 상대방에게 먼저 마음을 여는 삶을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다운 청년 / 성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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