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건강은 어떠세요?

[ 목양칼럼 ]

강병철 목사
2023년 05월 03일(수) 14:17
"목사님, 건강은 어떠세요?"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이다. 아직도 2년 전 간을 기증한 필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인사가 끝나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됐는지, 가족의 반대는 없었는지를 궁금해한다. 필자는 한국기독공보의 보도로 많은 분들께 기도의 빚을 지게 됐다. 평소 친분이 없던 분들, 심지어 해외에 계신 분들도 "기사를 보고 기도했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지난해 가을 노회장 자격으로 미국 뉴욕노회를 방문했을 때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에 큰 감사를 느꼈다. 새삼스럽게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그 동안 받은 사랑이 너무 크기에 이 후 경과를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말쯤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권사가 된 한 집사님으로부터 남편 집사가 간경화를 거쳐 간암 판정을 받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러 치료 방법이 있는데, 완치를 위해서는 간을 이식받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전화상으로 기도하며 "하나님이 하실 일을 기대하며 함께 기도하자"고 위로했다. 아내와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장기 이식은 가족이나 뇌사자로부터 받아야만 하는데, 집사님 가족 중에는 이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뇌사자나 공여자가 나타나야 하는데, 뇌사자가 생기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드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네가 간을 주어라." 기도를 시작할 때부터 '하나님이 내게 주신 기회'라는 마음이 들었다. 아내도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응답으로 확신하며 당회에서 뜻을 밝혔다. 장로님들은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집사님을 만나 결심을 전하자 펄쩍 뛰며 그럴 수 없다고 했지만, 며칠을 두고 설득한 끝에 병원 이식센터를 찾아 서약서를 작성했다. 최악의 경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아내는 3개월 이상 힘들어하며 하나님과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고, 아들과 딸도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필자의 뜻에 동의해 주었다.

서약 후 병원과 국가 기관의 승인이 있기까지 다시 7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 동안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운동으로 7kg 정도를 감량했다. 필자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조금의 염려나 걱정이 없었고, 오히려 알 수 없는 기쁨이 있었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주일 강단에도 수술 후 3주일 만에 복귀했으니 회복 속도도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6개월 후 간이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1년 뒤엔 모든 기능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말을 들었다. 만 2년이 되는 올해 7월, 정기 검사를 위해 병원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신체 기능의 저하나 조금의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이식 받은 집사님은 필자보다 자주 병원을 방문하고는 있지만, 역시 건강이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년퇴직 후 지금은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이고, 기도해주신 분들의 사랑임을 고백한다.

필자에게 '사랑의 목사'라고 칭찬하는 분이 있어 너무도 부끄럽다. 사실 필자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것이 아니다. 받은 은혜와 사랑에 감사해 기쁨으로 순종했을 뿐이다. 매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 신앙의 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무엇이 되거나 어떤 목회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매일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할까 고민하며 목사의 길을 걸으려 한다.

강병철 목사 / 초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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