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

[ Y칼럼 ] 기형도 청년 ④

기형도 청년
2023년 04월 26일(수) 09:48
누구나 자신을 초기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자신을 초기화한다는 건, 내 몸과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마치 컴퓨터는 그대로지만 전원버튼을 눌러 재실행하거나 포맷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오랜 시간 사용하고, 가끔 꺼주지 않으면 에러가 나고 느려지는 것처럼 우리 몸도 그렇다. 몸에는 매일 '잠'이라는 반강제적인 초기화버튼이 있긴 하지만, 그것보단 능동적인 초기화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샤워, 책상정리, 설거지 등 정화하는 행동은 마음의 초기화를 가져온다.

필자는 샤워와 책상정리를 통해 새로워진다. 샤워를 할 때는 입에서 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트로트나 예전 감성의 발라드를 부르며 구석구석 씻고 몸의 물기를 닦으면 내가 새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상 정리도 그렇다. 내가 원하는 위치로 나의 물건을 두는 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에 하나다. 삶에서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될까. 건강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계획한 일도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틀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목표를 잡고, 그대로 지키고 실행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자기계발서라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없다면, 앞에 보이는 물건이라도 정리하며 마음을 다스린다. 물티슈로 책상위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 동안 읽으려고 쌓아뒀던 책을 정리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놔둘 것은 원하는 곳에 두는 일. 그렇게 마음도 정리되기를 바라며 청소하다보면, 깨끗해진 책상과 함께 정돈된 마음을 얻는다. 적어도 책상을 정리할 때만큼은 다른 걱정이나 근심에 집중하지 못한다. '버릴까-말까', '어디다 둘까'와 같은 일상보다 쉬운 결정들이 머릿속을 채우면, 걱정이 들어올 틈이 생기지 않는다. 재밌게도, 정리하다 보면 내가 하는 걱정들도 조금 단순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걱정은 버려도 될만큼 시시해지고, 간단해진다.

첫째는 정리가 끝나면 다른 곳으로 치워두었던 걱정을 다시 주섬주섬 담지 말 것. 둘째는 새로운 마음이 되었으니 나에게 유익한 생각만 할 것. 이것이 책상정리가 주는 교훈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말씀이다. 정말 틀에 박힌 정답같지만, 말씀을 통해 내 고민과 생각을 점검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내 마음엔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인하며 신앙적으로도 점검하는 것이 좋다. 혹여 나처럼 많은 고민 때문에 힘들어하는 청년이 있다면, 책상정리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기형도 청년 / 계산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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