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조성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4월 18일(화) 15:17
나누고 더하는 사랑 조형물 곁에 선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국내 최초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건립 기념식에 함께한 내외빈의 모습 및 조형물 나누고 더하는 사랑의 모습


국내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이 조성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 이사장: 박진탁)는 지난 12일 서울 보라매공원 장미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건립 기념식'을 진행했다.

본부는 지난 2018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이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공간 조성'을 가장 염원한다는 뜻을 알고, 수년간 기념공간 건립을 추진해오다가 장기기증의 가치에 공감하며 장기기증 활성화에 힘써 온 서울시 지원으로 이번 공간을 마련했다.

기념공간에 자리 잡은 조형물 '나누고 더하는 사랑'은 홍익대학교 환경미술연구소 이수홍 교수가 도안한 작품이다. 위로 쌓아 올린 3개의 구에 생명을 상징하는 물의 형태와 혈액의 색감이 더해졌다. 각각의 구들은 아래부터 차례로 숭고한 나눔을 실천한 기증인과 장기기증을 결정한 가족, 그리고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을 의미한다. 굳건한 반석 위에 세 개의 구체가 모여 퍼져나가는 모양은 장기기증의 고귀한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세상 곳곳에 확장시킨다는 뜻을 담았다.

이날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도너패밀리'들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못나눈 이야기들을 나눴다.

7년 전 외아들 윤길 씨를 뇌출혈로 먼저 떠나보내고 '윤길아빠'라는 이름으로 인터넷포털사이트에서 장기기증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홍우기 씨는 "아직도 아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데, 유가족들에게 기념공간이 생긴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다"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2000년 당시 17살이던 아들 고 강석민 군을 다발성 뇌출혈로 떠나보내며 장기기증을 결정한 아버지이자 도너패밀리의 회장을 맡고 있는 강호 씨는 "23년 전, 8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들이 유독 생각나는 아침"이라면서 "유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기증인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오랫동안 나누어 왔는데, 오늘에서야 그 꿈이 실현되었다"고 벅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도너패밀리들은 이후로도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하며 한동안 말없이 조형물을 어루만지거나 주변을 맴돌았다.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받은 신췌장이식인회 송범식 회장은 "새로운 삶을 주고 가신 기증인을 추모할 수 있는 뜻깊은 공간이 마련되어 기쁘다"면서 "이식인들은 기증인과 유가족의 아낌없는 사랑을 기억하며, 나눔과 더함의 사랑을 마음속에 새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본부는 지난 1991년 국내 최초로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에 앞장서며 32년 동안 117만여 명의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와 함께 생명나눔운동을 알리고 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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