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을 선교하는 농촌교회

[ 목양칼럼 ]

정영수 목사
2023년 04월 12일(수) 09:21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필자의 비전은 선교사였다. 대구 지역의 작은 선교단체에서 사역을 시작해 대표간사가 되기까지 수차례 단기선교팀을 이끌고 필리핀 바콜로드시에서 복음을 전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가족과 함께 필리핀 바콜로드시에 기독교 청소년 선교단체를 세우는 꿈을 갖게 됐다. 그런데 필자와 동역하던 현지 교회 선교사가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떠나고, 새로 부임한 분이 협력을 거부하면서 7년 동안 준비했던 필리핀 선교의 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런 길을 걸어 왔기에 건강한 교회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교회의 본질이 선교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교회에 부임했을 때 이미 노회를 통해 2곳에 선교비를 보내고 있었다. 이정도도 정말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를 이곳에 보내신 하나님의 계획은 더 큰 것이었다. 지역 영농법인과 협력해 토마토즙 사역을 시작했고, 이윤이 발생했다. 그때 마침 필리핀 단기선교 당시 통역을 맡았던 청년이 신학교를 졸업하고 필리핀 마닐라에서 사역한다는 연락을 받게 됐는데, 역시 하나님의 계획엔 우연이 없었다. 하나님은 그 청년을 통해 토마토즙 수익을 흘려보낼 곳을 알려주셨다.

마닐라 빵아립교회에 치과대학을 다니는 '마리엘라'라는 여학생이 학비가 없어 현재 휴학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것이다. 너무나 신실한 청년이지만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치과대학 수업을 중단했다는 것이었다. 듣자 마자 지원을 결정했다. 지금도 우리 교회는 이 친구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시골교회가 학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온 교인이 정성을 모으고 있다.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계속 진행중이었다. 이번에는 미안마 군부 쿠테타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군부를 피해 양곤에서 더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 중인 선교사의 이야기였고, 큰 딸이 걸을 수 없는 상태여서 빨리 한국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급히 당회와 제직회를 열어 항공료를 보내기로 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출국이 쉽지 않아 평소 항공료의 3배는 필요하다는 것이였다. 두 사람 입국 비용으로 650만 원이 요청됐다. 교인들과 기도하며 2주 동안 모금을 했고, 소식을 들은 교회 밖 사람들까지 헌금에 동참하면서 결국 항공료를 보내게 됐다.

우리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뜻은 계속 진행중이였다. 이번에는 우연히 캄보디아 소식을 듣게 됐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지역의 선교사인데, 코로나19로 사역이 힘들어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팔아야 할 지경에 달했다는 이야기였다. 바로 선교사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 매월 20만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지금은 여전도회와 권사회까지 협력하면서, 캄보디아 선교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 교회의 선교 사역은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엔 울진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시작됐을 때도 모금을 했다. 우리 교회는 노회를 통해 울진지역에 100만 원, 우크라이나 전쟁난민들에게 100만 원을 도울 수 있었다. 포항 힌남노 태풍 피해 때도 모금을 해 200만 원을 지원했다. 튀르키예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모금을 했다. 이번엔 257만 원을 노회를 통해 지원했다.

우리 교회는 60세 이상의 노인 50명 정도가 예배 드리는 곳이다. 내가 교인이었다면 너무 잦은 모금에 교회를 떠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농사로 번 얼마 안 되는 수익으로 하나님의 선교를 묵묵히 지원하는 교인들이 필자 곁에 있다. 교회들이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이고, 선교의 원리는 심는 대로 거둔다는 것이다.

정영수 목사 / 상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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