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대를 만난 건

[ 미션이상무! ]

김영훈 목사
2023년 04월 05일(수) 07:50
해군사관학교 제77기 기독사관생도 졸업 및 임관 감사예배.
"아름다운 그대를 만난 건 하나님께 감사드릴 축복, 작은 내 맘 알아주는 그대가 있기에 이 세상이 난 행복해!" 필자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예배마다 그달 생일을 맞이한 기독생도들을 위한 축가를 불러준다. 가수 권진원님의 명곡 '해피 버스데이 투유(Happy birthday to you)'의 후렴가사 중 '우연'을 '축복'으로 바꾼 것인데, 해군사관생도들과의 만남의 순간들은 실로 우연처럼 보이는 축복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젊은 위관시절 새로운 경험을 통해 군종목사로서 성장하는 모든 순간의 중심에 해군사관학교, 특히 기독사관생도들과의 만남이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

2017년 결혼 상견례를 마친 어느 봄날 해군본부 군종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순항훈련에 참가할 군종목사를 내신해야 하는데 참가가 가능한지 묻는 전화였다. 결혼식은 7월이고, 순항훈련은 9월인지라 아내와 오래 떨어져 있는 시간이 고민이 되었지만 해군 군목으로서 함정승조 및 생도선교라는 보람있는 활동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순항훈련 참가를 결정하였다. 98일간 군함을 타고 10개국 10개항을 순항하며 생도들과 함께 함정에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하고, 기항지에서 한인교회와 선교지를 방문하며 해군장교로서 신앙인으로서 함께 성장했던 이 시간은 군 생활 가운데 가장 잊지 못할 행복한 순간이었고, 해군군종목사로 계속 사역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함께했던 기독생도들이 장교로 성장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때 마지막 기항지인 일본에서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를 보며 두 주인공이 3년의 시간을 교차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에 몰입하며, 함께 배를 탔던 생도들의 지난 4년간의 생도생활이 어떠했는지 참 궁금해졌다. 시간여행은 못하겠지만, 언제라도 사관학교에 근무하며 다른 생도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과거와 호흡해보고 싶었다.

오래지 않은 2021년 12월, 사관학교에 부임하였고, 최근에는 일대일로 생도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경공부, 기도모임 모두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느슨해진 친밀감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가르치고 전하고 고치는 사역 못지않게 식탁을 통한 교제로 변화받은 사람도 성경에 참 많이 나오지 않던가. 그래서 요즘은 생도들과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에서부터 함께하고자 노력한다.

수요예배에 참여한 생도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어플로 '추첨'을 하여 '당첨'된 생도와 시간약속을 잡아 차 한잔 또는 밥 한끼를 함께 하는데, 혹 일대일로 만남이 부담될 것 같으면 친한 생도 한 두명을 더 데려오게 하여 만난다. 추첨, 제비뽑기라는 우연성으로 만나지만 신앙, 학업, 진로, 인간관계 등의 고민들을, 소소한 일상의 경험마다 느끼는 생생한 감정들을 나누며 때론 말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얻고 돌아간다는 생도들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이 만남은 하나님의 축복임을 깨닫는다.

지금 해군사관학교가 위치한 창원시 진해구는 오랜만에 열린 군항제로 생기가 넘친다.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눈이 부시게 만개한 벚꽃을 바라보며, 꽃이 피기까지 벚나무를 스쳐간 수많은 햇볕과 비와 바람의 만남들을 그려본다. 생도들이 지덕체(智德體) 및 신앙으로 성숙한 아름다운 꽃이 되는 과정 속, 그 곁에 있게 보내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짧은 만남의 순간도 더욱 최선을 다하길 다짐해본다.



김영훈 목사 / 해군사관학교교회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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