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의 위기…노회는 지원 고민 중

[ 긴급진단 ] 위기의 목회 현장을 돌아본다 3. 노회들의 고심
자비량 목회, 성경적 가치관으로 인식할 계기 삼아야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23년 03월 28일(화) 07:52
서울노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임원들이 최근 노회 내 자립대상교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말 노회 내 자립대상교회 전체 실사를 진행했는데 대부분 자립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했어요. 노회 지원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 이젠 목사와 사모 100%가 '자비량 목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단 말이죠. 상가 개척교회가 월세를 내지 못했고, 어려움이 커 결국 노회가 긴급 지원에 나섰습니다."(서울노회 교회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정영태 목사).

지난 2022년 11월 노회 내 자립대상교회 실사를 전개한 정영태 목사(신당중앙교회)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위기 속 자립대상교회의 상당수가 자립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목회자들에게 재정 자립을 강조하거나 요구하기보다는 주민 돌봄 목회를 실천하고, 지역에 필요한 교회가 되는 일에 교회동반성장사업의 초점을 맞추는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현장 실사를 진행한 교회동반성장사업위 위원들의 고민은 컸다. 어려움에 부닥친 자립대상교회 목회자가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로 성도는 감소했고, 인원도 적은 상황 속 경제 위기로 입은 타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실제 총회 교회동반성장사업위 현황을 분석하면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각 노회 지원을 받는 전국 자립대상교회는 감소한 반면, 지원 여부와 관계 없이 통계위 결산액 기준 '자립대상교회'는 증가하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관련 자료를 확인한 결과 교회동반성장사업 1차 3개년이 시작한 2016년에는 노회 지원을 받은 자립대상교회는 2301개 교회로 확인됐다. 2019년까지 2218개 교회로 감소했다가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2260개 교회로 소폭 증가한 후 2021년 12월 현재 다시 2250개로 감소한 상황이다. 하지만 통계위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총회 교회동반성장사업이 시작한 2007년, 결산액 기준 자립대상교회는 2415개로 나타났다. 2016년에는 3222개로 대폭 증가했고 2021년 3457개, 2022년 3513개를 기록해 상승 곡선 중이다. 결국 현재 지원을 받는 총 2250개의 자립대상교회보다 1308개 많은 교회가 총회 자립대상교회로 보고된 셈이다.

자칫 일부 통계만 보면 지원을 받는 자립대상교회 수가 감소해 노회의 형편이 어렵거나 자립 전환한 교회가 증가한 것으로 오인해 작은 교회의 형편이 나아진 것으로 왜곡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원과 돌봄을 받지 못한 교회 수가 급속히 증가한 또 다른 통계는 작은 교회의 사역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월평균 지원금도 16년 째 40만원 부터 50만 원 후반대를 오르락내리락 반복하고 있는 추세로 현재 월 평균 지원금인 56만 3797원은 국내 2인 가족 최저생계비 196만 원, 4인 가족 최저 생계비 307만 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해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 불어닥친 최근 경제 위기는 자비량 목회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한다.

이와 관련 교계 A 관계자는 "예장 통합 총회의 통계를 토대로 미래를 내다보면 현재 교회 수는 증가한 만큼 자립대상교회도 증가한다. 하지만 지원받는 교회는 감소하면서도 전체 성도들 또한 감소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원하는 노회와 교회들의 피로증후군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위기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작은 교회의 목회 형태를 자비량 목회 등과 같이 다양화하면서도, 지원 사역은 '집중과 선택'의 패러다임 전환을 끌어내는 정책방향이 그들을 돕는 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자립대상교회와 선교사 후원을 위해 교회 내 100개 구역을 통해 후원 사역을 활성화한 서울서북노회 교회동반성장위원장 성백용 목사(은광교회)는 최근 작은 교회, 특별히 자립대상교회들이 처한 상황을 '폭탄을 맞은 것 같다'라고 비유했다.

성 목사는 "노회 동반성장위원회는 어려움에 처한 목회자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믿음과 의지, 또 노력을 높게 평가하지만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등으로 이 의지마저도 꺾이고 자존감마저 떨어진 것 같아서 안타깝다"라며 "매월 첫 주, 교회 성도들과 노회 내 자립대상교회의 기도 제목을 영상으로 공유하며 기도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기도 제목은 예배 회복과 자립교회로의 전환이었다. 급속히 어려움에 처한 목회자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다시금 목회자들의 복음의 열정, 영적 회복을 도와 선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정책과 훈련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노회 자립대상교회에 3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경북노회 교회동반성장사업위원회(위원장:신우 목사)는 오는 2023년 봄 노회에 노회 내 자립대상교회의 투명한 현황 파악과 지원 강화를 위한 정책을 청원하기로 했다. 자비량 목회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고 있는 목회자들의 자발적인 보고와 함께 그 예산을 어려운 자립대상교회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을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위원장 신우 목사(왜관제일교회)는 "노회 160개 교회 중 자립대상교회는 58개 교회이고, 교회 예산 3000만 원 이하 교회는 80개 교회이다. 자립대상교회 기준이 된 22개 교회는 자비량 목회 등으로 자립을 위해 노력하고 자발적으로 지원을 받지 않기로 선언했다"라며 "코로나19와 경제 위기 등으로 어려운 이때 앞으로도 노회는 작은 교회들을 더욱 집중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작은 교회의 어려움에 공감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3월 6일 형제 교회의 아픔을 나눈다는 취지 아래 55개 지방회 정기회에서 '작은 교회를 돕자'는 후원 사업의 안건을 결의했다. 작은 교회의 아픔과 위기 극복에 따뜻한 마음들이 모인 결과이다.

작은교회연합을 통해 작은 교회의 실질적인 도움 마련을 위해 활동한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는 작은 교회를 향한 한국교회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성장시대를 지난 교회의 패러다임을 바꿔 노회가 작은 교회의 개척을 위한 준비와 지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진 목사는 "이제는 목회자 개인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상황이다. 작은 교회를 지향하고, 시대를 돌파할 수 있는 전도학을 현장과 접목해야 한다. 가정과 소그룹 사역을 통해 사람을 양육하고 목회자들의 전문 기능을 강화하는 자비량 목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라며 "지금도 용접학교, 에어컨학교에서는 목회자들이 용접을 배우고, 에어컨 설치 실습을 진행 중이다. 이제는 작은 교회를 세우는 일도, 자비량 목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성경적 목회관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재능과 전문성을 살려 특수한 사역에 도전하고 있는 자비량 목회자들도 주눅들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정 목사는 "사도 바울도 일을 했고, 하나님도 일하시니 목회자도 일해야 한다"라며 "자비량 목회가 돈을 버는 것에 목적이 두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그 일을 통해 영성을 가질 수 있느냐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우리 신학교에서부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위기 속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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