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느끼는 피해 훨씬 커 ... 빠른 회복 위한 지원 절실

[ 튀르키예현장르포 ] 이순창 총회장 등 방문단 현장 찾아 사역자들 격려
피해 지역 11개 주 달해, 옛 안디옥 지역도 폐허로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3월 25일(토) 14:24
【 튀르키예 하타이주=최은숙 기자】 지진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깊은 상처의 흔적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도시 곳곳에는 붕괴된 건물과 잔해들로 가득했고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건물이라도 외벽이 크게 갈라지고 깨져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거리는 온통 희뿌연 먼지 구름으로 뒤덮혔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 가루 때문에 눈이 시리고 목이 따끔거렸다.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 국경 지대를 강타한 7.8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한지 두 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대부분의 지진 피해 지역에서는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포클레인이 무너진 잔해를 걷어내고 덤프트럭은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튀르키예 정부는 1년 안에 피해 지역 전체를 재건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했지만 피해 규모가 워낙 커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은 21세기 최악의 대재앙으로 역대 5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다. 지진 피해지역 11개 주에서 5만여 명의 사망자와 10만 7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재민도 270만 여명에 달한다. 피해지역이 워낙 넓고 강해서 대부분의 마을이 초토화됐다. 그 중에서도 지진 진앙지에 가장 근접한 지역인 하타이는 피해가 가장 컸다.

총회장 이순창 목사와 부회록서기 박요셉 목사 등으로 꾸려진 '튀르키예 지진 피해 현장 방문단'은 4일간의 일정 중 둘째 날인 3월 21일 하타이 현장을 찾았다. 이날 일정에는 선교사 김○○, 문○○, 정○○ 목사도 동행했다. 아다나에서 이스켄데룬을 거쳐 하타이까지 200km의 거리를 3시간 동안 달리는 동안 창 밖에 보이는 풍경은 무너진 건물과 무너질 건물, 그리고 크고 작은 잔해들 뿐이었다. 하타이에 가까워질수록 당시의 참혹함은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마을 전체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완전히 파괴됐다. 주민들은 피난을 떠났고 건물을 부수는 소리만 요란했다.

김○○ 선교사는 "지진 직후의 상황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면서 "한동안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진이 발생하고 3일 후 국내 한 방송사의 코디네이터로 취재에 동행했던 김 선교사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현실인지 영화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면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문○○ 선교사는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어떻게 이 상황을 복구해 나갈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서 긴급하게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건물 잔해에 깔려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이 그들의 가족들이었다"면서 "차마 떠나지 못하는 이들과 그럼에도 떠나야 했던 이들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많이 힘들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하타이는 성경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사도 바울의 초대교회 '수리아 안디옥(현 안타키아)'이 있던 지역이 바로 하타이다. 수리아 안디옥은 기독교인들이 세운 최초의 이방인 교회로, 기독교인들에게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란 호칭이 붙여진 곳이다. 예루살렘교회에서 파송받은 바나바가 다소에 있던 바울과 함께 1년 동안 수리아 안디옥에 머물며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가르쳤던 이 곳에는 성 베드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서 예배를 드렸던 베드로 동굴교회도 남아있다. 이방인 선교의 전초기지이자 초기 기독교의 자취를 간직한 성지, 하타이가 폐허로 변해가고 있었다.

지진 피해 현장을 직접 목도한 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우리 이웃들의 희망이 지진의 잔해와 함께 묻혔다"면서 "한국교회와 많은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에 앞장서야겠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직접 현장에 와보니 매체에서 보는 것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크고 절박한 상황"이라는 이 총회장은 "다행히 총회 산하 전국교회가 관심을 갖고 구호헌금에 동참해 구호금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면서 "튀르키예를 향한 한국교회의 사랑을 현지 선교사와 협력해 꼭 필요한 곳에 전달되어 빠른 시일 안에 일상이 회복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이후 방문단은 지진 피해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데프네로 이동했다. 안타키아에서 8km떨어진 데프네는 기아대책 긴급구호 대응팀이 구호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총회와 기아대책은 지난 2011년 업무협약을 맺고 사역을 협력하고 있다. 총회가 튀르키예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아대책과 연락이 닿아 현장을 찾게 됐다. 기아대책은 데프네 히드로 파크 이재민 캠프에서 주민 1만 6768명과 이재민 1000명에게 매주 두차례 구호물품을 지원하는 등 긴급구호활동 사역을 진행 중에 있다.

역대 최악의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지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역의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고 '지진 난민'은 열악한 환경에서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살아남은 이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당하고 열악한 위생으로 전염병까지 우려되고 있다. 안타키아는 물론 크르칸, 샨르우르파, 아디야만에서 만난 이재민들은 같은 상황이거나 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한편 이순창 총회장과 일행은 지진 피해 일정을 마친 후 아다나에서 현지 선교사회와 만나 위로하고 구호 활동과 관련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이 총회장은 하타이주 안타키아 AFAD(재난관리청)와 지역 행정부의 고위관계자를 만나 협력을 당부했으며 튀르키예 지진피해 컨테이너촌 한국마을 예정지 이스켄데룬 등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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