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언어생활

[ 주간논단 ]

강윤구 목사
2023년 03월 28일(화) 09:18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은 말을 것이 /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이 시조는 우리의 언어 생활에 조심해야 할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면 다른 사람에 대한 말들을 참 많이 한다. 좋은 일도 말하지만 험담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맘을 나타냈다. 한때 우리나라를 '거짓말 공화국'이라고 하던 때가 있었다. 가짜 뉴스를 만들어 보도하고 그것을 여론으로 확산시켜 나라가 시끄러웠다. 거짓말이 언론의 자유라는 가면을 쓰고 판을 치면 서로 못 믿을 세상이 된다. 거짓을 증인까지 세워 사실처럼 말하면 반론을 듣지 못한 사람은 완벽한 사실로 믿게 돼 있다. 또한 단둘이서 주고 받은 말일 때 주장이 서로 다르면 어느 것을 믿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민수기 13장에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사람들의 보고가 나온다. 그런데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가. 회중은 많은 수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회중은 "애굽에서 죽었거나 광야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여호와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쓰러지게 하려는가"라고 말하며, 강한 불신을 갖고 애굽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결국 잘못된 판단을 한 사람들은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 없었고, 하나님을 온전히 따른 사람만 약속의 땅에 들어갔다.

십계명에는 '네 이웃에 대해 거짓 증거하지 말지니라'는 말씀이 있다. 왜 이웃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자기의 이익이나 생명의 안전을 위해, 또는 자신이 속한 단체가 내린 결정이 잘못됐어도 그 단체에 속해 있기 때문에 거짓에 동참하기도 한다. 요즘은 유튜브에도 가짜 뉴스가 많아서 어느 것이 어디까지 진실인지 알 수가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신앙 공동체는 어떤가. 당회나 노회나 총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말은 어떤가. 바른 결정은 귀한 일이다. 그런데 재판국이 없던 노회에 재판국이 설치되고 교회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 누군가 자기 이익을 위해 말하거나, 때로는 틀린 말이라도 체면 때문에 주장을 굽히지 않아 충돌이 일어난다. 주장이 팽팽할 때 누구의 주장을 따를까? 노회에서도 결정하지 못해 총회까지 가는 것 아닌가. 그럼 총회는 바르게 판결하는가? 성경 속 정탐꾼의 보고와 같은 일이 흔해서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가 많다고 한다.

젊은 목사가 새 임지에 부임해서 뜨거운 열정으로 "나는 65세에 은퇴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 나중에 반드시 그 말 때문에 논란을 가져오게 된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도 듣는 사람이 말한 사람의 진의를 모르고 자기 이해 대로 말해 버리면 회중은 또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예수님은 마태복음 12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해 심문을 받으리니 네 말로 의롭다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 표준새번역에서는 "사람들은 심판 날에 자기가 말한 온갖 쓸데 없는 말을 해명해야 할 것이다. 너는 네가 한 말로 무죄선고를 받기로 하고, 유죄선고를 받기로 할 것이다"라고 기록한다. 심판 날이 이르기 전에 선을 쌓고 선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수님은 혹 누군가 잘못을 범했을 때는 일대일로 조용히 권고하고 듣지 않으면 두세 증인의 입으로 확증하고 그 말도 듣지 않으면 교회에 말하고 교회의 말도 듣지 않으면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라고 하셨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용서를 할 때는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도 하라고 하셔서 화목한 삶을 이뤄갈 것을 당부하셨다. 예수를 믿어도 땅에서 매고 풀 생각을 안한다면 어떻게 주님 앞에 설 수 있을까? 사람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신실한 언어 생활로 덕을 끼치고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강윤구 목사 / 산본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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