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잔해에 갇힌 12시간의 고통, "밤마다 악몽"

[ 튀르키예현장르포 ] 하타이 컨테이터촌에서 만난 13살 소년 베라트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3월 24일(금) 08:04
지진 잔해에 갇혀 12시간 만에 구조된 13세 소년 베라트.
"이 곳을 찾아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좋아해요."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의 한 컨테이너촌에서 휠체어를 탄 13살 소년 베라트를 만났다. 다리에 깁스를 한 베라트는 '마하바'(터키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다. 베라트는 방문객들이 한국인임을 확인하고는 "우리 할아버지가 한국전 참전용사였다"면서 "한국을 잘 안다"고 기뻐했다.

베라트는 이번 대지진으로 최악의 피해를 본 하타이주 지역의 이재민으로 정부가 마련해 준 컨테이너촌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지만 베라트는 지진 잔해에 갇혔다가 12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추위와 두려움의 고통을 겪어내야 했던 베라트는 "건강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이고 곧 다시 걷게 될 것"이라면서도 "아픈 기억은 빨리 잊고 싶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지진으로 5살 된 어린 동생을 잃은 베라트는 극도의 불안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직도 매일 밤 건물 안에 깔려 있는 꿈을 꾼다"는 베라트는 "여진으로 진동이 발생할 때마다 너무 무섭고 두렵다"면서 "지진의 기억은 여전히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도주의조정국(UNOCHA) 등에 따르면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1750만 명이 피해를 봤고 그 중 절반이 넘는 910만 명이 아동이다. 월드비전이 최근 발표한 정책 브리프에 의하면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으로 85만 명 이상의 아동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또 다른 고통과 트라우마를 증가시켰다고 발표했다.

함께 동행한 김○○선교사는 "지진 이후 많은 아이들이 베라트처럼 심각한 불안과 우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지진 피해를 겪은 어린 아이들의 심리치료와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하기도했다. 총회장 이순창 목사는 베라트에게 "힘을 내라"고 응원하며 "베라트와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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