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동역자들

[ 목양칼럼 ]

김성기 목사
2023년 03월 22일(수) 10:04
필자는 두 번째 임지에서 6년간을 시무하다 청빙을 받아 2008년부터 16년째 현재의 교회를 섬기고 있다. 현재 시무하는 교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럽지만, 필자가 담임목사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고, 가장 아픈 경험도 했던 곳이기에 마음을 나누고 싶다.

우리 교회는 올해 설립 92주년을 맞은, 곧 다가올 100주년을 기다리는 전통 있는 교회다. 모세가 편안한 궁중 생활과 미디안에서의 훈련 이후 출애굽해 광야를 건너간 것처럼, 돌아보면 필자의 세번째 담임 사역도 출애굽 광야 생활에 해당했던 것 같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많았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따뜻한 인도하심도 체험할 수 있었다. 일부 교인들이 필자에게서 등을 돌리기도 했지만, 교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던 곳도 바로 지금의 교회다.

필자가 기억하는 가장 큰 시련은 부임한지 얼마 안 돼 일어난 교회 분립이었다.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됐고, 그 일이 주변도 아닌 바로 나의 목회 현장에서 일어났다.

부임 전부터 교인들은 과도하게 지출된 리모델링 비용으로 갈등 중이었고, 결국엔 일부 당회원들이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를 설립하게 됐다. 노회가 분립을 승인했고, 그렇게 사태는 마무리됐다.

교회에 문제가 발생하면 요즘 교인들은 쉽게 다른 교회로 옮겨간다. 하지만 이 일로 교회를 옮기는 교인들을 보며 필자는 가슴이 찢어지는 엄청난 고통을 경험했다.

당시 필자에게 이런 심경을 물어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반면 비난하며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은 많았다. 마치 필자도 교인들처럼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 곁을 끝까지 지켰던 것처럼 필자를 포함해 많은 교인들이 지금까지 교회를 지키며 열심히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마음 고생을 할 때 가장 많이 위로가 됐던 동역자가 있다. 그는 거의 1년이 넘게 매일 밤 전화로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든든한 목회 동역자로 교인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하나님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한다"는 룻의 고백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교회를 떠나지 않은 교인들을 통해 우리 교회는 이제 100주년을 바라보고 있다. 교인들은 큰 자긍심을 갖고 함께 만들 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는가? 그래도 여호수와 갈렙 같은 일꾼들이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감당했기에 하나님의 약속은 성취됐다. 교인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김성기 목사 / 여수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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