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도록

[ Y칼럼 ] 조희진 청년 ④

조희진 청년
2023년 03월 22일(수) 14:21
교회에서 청년부 '마을헬퍼'(부리더)와 중등부 교사로 영혼들을 섬기고 있다. 누군가를 섬기는 일은 언제나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랑이 없는 내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얼마 전에도 또 마주했다. 제자훈련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근처 건물로 비를 피했다. 때마침 저무는 황홀한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의 대화를 곱씹어봤다. 중등부 예배 끝나고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눴던 이야기, 공동체 소그룹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 리더 언니와 나눈 이야기까지. 그중 리더 언니와의 대화를 기록해봤다.

일주일 중 주일이 가장 바쁜 리더 언니는 주어진 잠깐의 시간에 '목자'를 하며 힘든 것은 없느냐고 물었다. 있어서 있다고 했다. 무엇이 힘드냐고 되묻는 질문 대신 다시 말을 뗄 때까지 기다려주는 침묵 속에 잠시 생각해보고 말을 꺼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어려워." 내 입에서 나온 말이지만 이 문장조차 어렵게 느껴졌다.

가끔은 그 어려움에서 비롯되어 맡겨진 영혼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이 있다. 이들을 더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했더라면 한번이라도 더 연락하고 기도하고 했을텐데… 등의 이런저런. 처음에는 '내가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가?', '나라는 사람은 진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일까?', '아직 하나님의 사랑을 잘 몰라서 그런가?' 등의 생각이 들었다. 또 가끔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나의 게으름에, 나태함에, 부족함에 한 영혼을 놓쳐버릴까 봐.

알고 있다. 머리로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님을, 또 온전히 맡겨 드려야 함을 알고 있다. 그저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달라고, 알게 해달라고, 경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좀 더 욕심을 부려 부디 그 사랑이 그들에게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조희진 청년 / 시냇가푸른나무교회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