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그리고 '홀로'

[ 미션이상무! ]

위진섭 목사
2023년 03월 08일(수) 15:58
올해 첫 MCF(기독간부) 조찬기도회를 마치고.
필자는 지난 21년 10월 말, 현재 근무하는 37사단으로 오게 되었다. 벌써 일곱 번째 근무지, 그러니까 여섯 번의 이동을 경험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의 이동은 느낌이 사뭇 달랐는데, 사단 군종부 소속으로의 첫 번째 근무였기 때문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육군에서 보병사단은 부대편성의 완전체이자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통 임관하고 7~8년차까지 배치되는 근무지는 사단 혹은 군단의 예하부대인 여단이 되며, 여단에는 군종장교가 1명 배치되어 군종병 1명과 함께 군종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맡아 담당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해당 부대에서 군종업무와 관련된 계획, 실행, 피드백 모두 오롯이 나의 영역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껏 '북치고 장구치며' 역할을 감당해왔었던 내가 이제는 사단 군종부에 소속되어 군종법사, 군종신부, 지원관과 함께 협업을 해야하고 심지어 참모인 군종법사에게 업무평가까지 받아야한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목사로서, 맡겨진 군 선교 사명을 감당해야할 것인가'라는 고민과 함께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고민은 기우였다. (물론, 좋은 사람들을 예비해주시고 만남의 복을 허락하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임에 틀림없다.) 돌아보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동시에 '군종부'라는 한 배를 타고, '군종업무' 라는 같은 일을 함께 해가며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니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큰 시너지를 경험을 하게 되었고, 참 행복하고 좋았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언젠가 읽었던 한 구절을 떠올리게 되었다. '함께하되 같아지지 않으며, 홀로서되 동떨어지지 말라.' 당시 필자는 이 구절이, 불신자들과 함께 삶을 살아 내야하는 군종목사인 나에게, 더 나아가 세상에서 치열하게 믿음의 분투를 해 가는 그리스도인에게 가르쳐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예수님도 세상으로 '가서', '제자를 삼고',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세상과 함께하되 그러나 세상과 같아져서는 안 되며, 하나님 앞에 집중하며 엎드리되, 세상과 동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셨다.

그렇다. 한국교회의 많은 성도들은 종교도, 생각도, 문화도 다른 세상 사람들과 매일 부딪히며 얼마나 힘겹게 삶을 살아내는가. 성도들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영적 전투하며, 그리스도인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가. 그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더욱 위로하고, 기도하자. 하나님은 우리가 구별되기를 원하시지, 벽을 세우기를 원치 않으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과 같아지기를 원하시지 않으시지만, 세상과 함께하기를 포기하기를 원치 않으신다.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며, 쉽지만은 않지만 나의 신앙, 우리의 신앙을 넘어 이 나라와 이 세상을 품는 신앙으로 나아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내가 되길, 그리고 우리가 되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위진섭 목사 / 37사단 충용교회 소령(진)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