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징조들에 대한 오해 - 사이비 종말론 현상

[ 알기쉽게풀어쓴교리 ] 47. 희망의 종말론(5)

김도훈 교수
2023년 03월 01일(수) 08:38
한국 교회는 잘못된 종말론 때문에 시끄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선교 초기부터 자칭 메시아나 재림주라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교인들을 유혹하고, 예수님의 재림 날짜를 구체적으로 예언한다고 하여 교회와 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20년도 훨씬 더 지난 거리풍경을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리라. 곧 휴거가 일어나고 종말이 온다는, 지하철, 버스, 골목골목마다 외치는 걸쭉한 목소리들이 난무했다. 물론 당시의 잘못된 종말론 현상은 새 천년으로 전환하는 와중에 일어난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당시의 신문이나 잡지들도 온통 종말에 관한 이야기로 지면을 채웠다. "사이비에 빠진 사회 지도층 많다", "인터넷도 종말론에 감염", "태양계 행성 직렬과 종말 논쟁", "예루살렘에서 예수 재림 기다리겠다", "전세계가 각종 종말론 몸살… 사교 집단에 종말론 비즈니스까지…" 등등. 모두 자극적인 제목이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더 기가 차다. 국내 종말론 집단 수가 70~80개라는 보도, 북이 남침하고 휴거가 일어난다는 기사, 노스트라다무스의 특집 방송, 방공호 짓기와 비상식량 세트 준비 등 국내외적으로 일어난 별별 일들이 다 보도되었다. 예루살렘에 들어가 예수님이 재림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겠다는 사람들, 심지어 재림 날 예수와 함께 휴거 하겠다며 여권을 찢어버렸다는 사람들, 그런 종말론에 편승해 사업하는 사람들… 잘못된 사이비 종말론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현대에만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대가 혼란스러울 때마다, 혹은 시대가 분기할 때마다 여지없이 잘못된 종말론이 횡행했다. 종말론 이단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 신학자들이나 목회자 중에도 예수의 재림 날짜, 이 세상의 종말을 구체적으로 며칠 몇 시라고 예언한 사람들이 숱했다. 전 세계 통계에 의하면 10년 주기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니, 지금도 세계 어디에선가 사이비 종말론 집단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비 종말론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하는 종말의 징조가 바로 666이다. 666을 적그리스도로 언급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분명히 성경에도 짐승의 수인 666이 언급되어 있다. 잘못은 666의 오해와 오용과 악용에 있다.

역사적으로 666은 정말 다양하게 해석되었고 적용 의도도 다양했다. 공산주의, 유물주의, 인본주의 등의 사조를 666이라 여겼다. 또 교황과 전 미 국무부 장관인 키신저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고르바초프와 같은 인물을 666이라 보았으며, 개신교 조직을 666이라 칭했다. 마르틴 루터도 한때 666으로 몰렸으니, 이 666을 얼마나 악용했는지 알 수 있으리라. 또 컴퓨터를 말세에 나타날 적그리스도라 우겨댔다. 666 대상이 컴퓨터에서 바코드로, 바코드에서 베리칩으로, 최근에는 QR 코드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변해 갔다. 앞으로 또 무엇을 666이라 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바코드가 등장했을 때의 그들의 주장을 옮겨 보겠다. "성경은 이 666표 바코드를 받으면 지옥 간다고 했습니다. (…) 누구든지 666표 바코드를 손이나 이마에 받는 자는 모두 죽어 지옥행이 될 것입니다. (…) 참 교회는 666표를 받지 말라고 가르칠 것이며, 거짓 교회는 666표는 상징일 뿐이며 바코드는 666표가 아니고 생활에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나 받아도 상관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이 글을 기억해두셨다가 여러분이 다니는 교회가 666표를 받아도 된다고 말하거든 그 교회는 죽은 교회인 것을 아시고, 그 교회로부터 탈출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대한 비판은 다음으로 남겨둔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전쟁, 기근, 자연 재해, 기후변화, 경제 위기 등과 같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환경적 격변으로 인한 불안 때문에 사이비 종말론이 일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사회적 약자층 같은 경우는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사이비 종말론에 심취하거나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불안과 두려움도 그 한 이유가 된다. 세기가 바뀔 때의 불안 심리도 원인일 수 있다. 해가 이천년으로 바뀔 무렵, 컴퓨터 인식 오류로 인해 대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상당수의 사이비 종말론이 기독교적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사이비 종말론은 정통 기독교와 교회에 대한 도전이다. 기존의 교회가 바른 종말론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종말론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성경해석을 접하지 못한 탓이다. 맹신주의적·열광주의적 신앙 행태도 한몫한다. 다른 한편으로 기성 교회가 건강한 체험적·신비적 신앙 없이 너무 지나치게 윤리만 강조한다든지, 합리와 이성만 강조한다든지 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교인들이 신비적이고 체험적인 신앙을 갈망하여 사이비 단체로 몰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잠잠해졌다고 하나 언제 다시 사이비 종말론이 교회에 도전해올지 모른다. 늦지 않도록 바른 성경적 종말론에 대한 교육이 미리미리 있어야 할 것이다.

김도훈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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