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 커플 건보 자격 인정...교계, "편향적" 규탄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02월 23일(목) 18:07
동성 결합 상대방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재판부의 판결에 교계가 규탄하고 나섰다.

서울고등법원 제1-3행정부(이승한 심준보 김종호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1일 동성 커플의 상대방에 대해 피부양자 지위를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는 현행법 체계상 '사실혼은 남녀의 결합이고 동성간 결합까지 사실혼 개념을 확대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뒤집은 결과로 교계에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동성 커플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차원을 넘어 사실상 동성커플을 이성부부와 '동일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로 인정한 재판부에 우려를 표명했다.

재판부는 '현행법령의 해석론적으로 원고(소 씨)와 김 씨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동성커플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이성 관계인 '사실혼 부부'와 동성 관계인 '동성 결합 배우자' 집단은 생활공동체의 상대가 이성 혹은 동성인 것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고 규정 짓고, 동성부부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한 차별대우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시대 상황 변화에 따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호 대상이 돼야 할 생활공동체 개념이 기존의 가족 개념과 달라지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동성 커플에 대해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건에 대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로 누구나 어떠한 면에서 소수자일 수 있고, 소수자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순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은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을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행정법의 일반원칙으로써 평등원칙은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를 통제하는 기능을 하는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피부양자 자격 부인은 자의적인 재량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 제5조, 제9조의 해석으로부터 직접 도출되는 것으로 평등원칙의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헌법상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인데, 동성 간 결합이 남녀 간 결합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으며 더 나아가 동성혼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설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는 헌법 제36조 1항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혼인을 1남 1녀 간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이라고 규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도 어긋난다"고 논평했다.

복음법률가회 등 교계시민단체도 "건강보험상 피부양자의 자격 요건을 '가입자와 배우자의 가족 관계'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성커플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상 동성결합의 당사자를 '법률상 배우자'로 보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허용된 법 해석의 범위를 뛰어넘는 초법적이고 월권적 판단을 한 재판부는 규탄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반면 성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환호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라면서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의 법원의 책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성소수자의 평등권 실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이에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동성애 및 젠더주의 대책위원회(위원장: 강병철)는 교단 산하 전국 교회와 교인들을 대상으로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제정 반대 및 동성애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했으며 각 노회에 '동성애 및 젠더주의 대책위원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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