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이 닿는 곳에

[ Y칼럼 ] 조희진 청년 ①

조희진 청년
2023년 03월 01일(수) 16:12
2017년 3월, 수시 6개 중에서 원하던 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을 붙었다. 별 기대 없이 그리 신나지 않은 기분으로 목사님이 가라고 한 대학교에 입학했다. 하나님이 원하는 대학에 보내주실 것을 위해 기도하고 기대하며 공부했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좋은 대학교에 붙여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삐딱한 태도로 하나님께 삐져 점점 멀어져갔던 20살의 봄이었다. 그러다 입학하기 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새내기 배움터'에서 학과 내 해외선교 소학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학생활 중에 해외라도 다녀오자'라는 마음으로 소학회에 등록했다.

소학회는 '서로 사랑하는 우리 사이'와 '예수님 그리고 나'라는 의미를 지닌 "예그리나"라는 이름의 해외선교 소학회였다. 예그리나는 2013년부터 인도 불가촉천민이 모여 사는 찬드라반 마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꿈'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었다. 학기 중에는 제품을 제작해서 판매하거나 제안서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금하고 매년 12월에서 1월에 인도에 직접 방문한다는 말을 들었다. 인도라는 미지의 땅이 궁금하기도 했고 언니들이 매일같이 사진을 보며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인도에 가기로 했다.

야심차게 마음은 먹었으나 문제가 있었다. 후원금은 오로지 찬드라반 아이들을 위해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100만 원 정도의 비행기표나 숙박, 식비 등은 개인이 알아서 마련해야 했다. 학회원 모두 오로지 '인도에 가겠다'라는 목표만 생각하며 수업이 비는 중간에는 국가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학교가 끝나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그렇게 꼬박 1년을 준비해서 마침내 인도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었다.

2018년 1월,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그 땅에서 처음 아이들을 마주했을 때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맑은 눈망울로 해맑게 웃으며 돌멩이가 가득한 땅 위를 맨발로 뛰어오는 아이들 앞에서 그동안의 모든 불평과 원망은 부끄러워졌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과 마주보고 웃고 안아주는 것밖에 없었다. 이후 학교에 돌아와서 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하고, 놀이터를 만들기도 하고, 개발협력을 배우며 사회적기업 창업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다. 졸업한 이후에도 대부분의 학회원들은 건축, 미술, 국제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누군가를 돕기 위해 사는 삶을 살고 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꿈 없이 우울해있던 나를 이 학교에 보내신 것은 하나님의 꿈을 이루기 위함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마음이 닿아 있는 그 곳에서 꿈을 찾게 하시고, 회복하게 하시고, 함께할 동역자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오늘도 이 감사함을 잊지 않기 위해 고백해본다.

"아버지 당신이 바라보는 영혼에게 나의 두 눈이 향하길 원해요. 나의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알아 내 모든 뜻 아버지의 뜻이 될 수 있기를."

조희진 청년 / 시냇가푸른나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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