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대한 어르신들의 소망

[ 목양칼럼 ]

이도형 목사
2023년 02월 24일(금) 11:01
지난 2015년 가을 무렵으로 기억된다.

당시 1년에 몇 차례 정도 예배를 참석하시던 한 교인이 건축헌금을 했다. 헌금 집계를 마친 집사님들로부터 헌금 봉투 안에 있던 편지 한 장을 건네 받았다. 펼쳐보니 ' 아름다운 정중앙교회 신축하시는데 작은 못 하나에 힘이 나마 될까 합니다. 항상 주말마다 문자 보내 주시는 목사님과 신도님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OO아빠'라고 적혀 있었다. 그날 그분은 50만원이라는 금액을 건축헌금으로 드렸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봄, 가을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벚꽃 나들이와 단풍 구경을 다녀오곤 했다. 한번은 차 안에서 어르신들이 일상적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교회당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던 중 할머니 한 분이 하신 말씀이 귓가에 생생하다. "이렇게 모아서 내 생전에 예배당 건축이 가능할까요?"

우리교회는 군 내에서 네 번째로 설립된 교회이기에 올해로 설립된 지 70주년을 맞는다.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3년 8월 16일에 설립됐고, 선배 그리스도인들의 눈물과 땀방울로 오늘에 이르게 됐다. 1978년에 현재 예배당의 모습으로 증축됐으니까, 약 43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그러한 실정이기에 한 번은 재건축을 해야 했다.

신학교를 갓 졸업하고 전임 사역자로 시작했던 교회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수도권에 자리했던 교회는 은행대출을 받아서 건축을 했었다. 부교역자로 1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눈에 들어오는 뼈아픈 사정은 교우들이 힘겹게 생활하며 드린 헌금이 결국 은행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그때의 쓰라린 경험으로 세운 원칙이 '만약 하나님께서 기회를 허락하셔서 예배당을 건축하게 된다면 최소한 7대 3의 비율은 갖추겠다'는 것이었다. 자기 자본이 70%이고 부채가 30%이면 상환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보유 자본보다 부채 비율이 높을 땐 교인들이 하나님께 드린 예물이 결국 목적 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 양구에 왔을 때 어느 분이 필자에게 "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분인데다가 그분의 의중도 모르겠기에 반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이렇게 답변했다. "저는 신학교를 나온 사람이지 건축과를 나온 사람이 아닙니다."

건축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얘기했더니 감사하게도 이해해 주셨다. 창리와 도촌리의 경계 선상에 자리한 우리교회는 우측은 도촌리 골짜기로 마을이 형성돼 있고 좌측에는 너른 들과 창리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교회를 기점으로 보면 부채를 활짝 편 모양새로 3개 마을 200여 가구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기에 지난 70여 년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을 전하는 통로로 쓰임 받았다. 생전에 예배당 건축을 위해 기도해 온 어르신들의 꾸밈 없는 바람이 금 대접에 담겨지고, 어린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올려지는 그날이 속히 임하길 기도하며, 계속 달려가야 겠다.

이도형 목사 / 국토정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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